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손수 빚은 송편은 이제 추억속으로

얼마 전만 해도 더워서 찬물에 샤워를 한 것 같은데 말복이 지나면서 차츰차츰 더워가 수그러들더니 처서가 지나자 갑자기 아침저녁으로 찬바람이 불고 찬물 샤워가 힘들어지는 걸 보니 절기에 따른 계절의 변화는 참으로 놀랍습니다.

아직도 여름인 것 같은데, 어느새 며칠 후면 추석입니다. 추석이면 빠질 수 없는 음식이 송편입니다.

지금은 방앗간에 부탁하면 몇 되씩 만들어 주지만 내가 어릴 때는 집에서 송편을 빚었답니다. 어린 시절 농사일 마치고 집에 오신 어머님은 밤을 새워 송편을 빚으셨습니다.

특히 우리 집은 떡보들만 모여서 송편 두 되 정도는 그날에 다 해치워 버리니 상당히 넉넉하게 송편을 빚어야 했습니다. 자식들 먹이려고 송편을 밤새 만들어두고는 다음날 아침에 또 큰집에 가서 송편을 빚곤 했습니다.

어릴 때는 어머님이 그렇게 고생하시는 것도 모르고 추석날 새 옷 사달라고 떼쓰고, 못된 소리도 하고 그랬는데 지금은 그 노고를 생각하면 고개가 숙여지고 감사한 마음이 우러납니다. 올 추석은 옛날처럼 집에서 송편을 빚어 부모님께 갖다드리면 어떨까 싶습니다.

맛은 방앗간보다 못하겠지만 더 기뻐하실 것 같습니다.

곽춘선(대구 북구 태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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