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가을바람 맞으며 송편 한 입 베어물면…

추석이 얼마 남지 않았다. 추석의 묘미는 온 가족이 둘러앉아 송편을 빚는 정겨움이다.

아쉽게도 송편을 직접 빚어먹은 지가 오래다. 시중에서 가지각색의 송편들을 팔고 있어 가정에서 송편을 빚는 것이 번거롭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아이가 있는 가정이라면 송편을 직접 빚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린 시절 할머니와 엄마가 함께 송편을 빚는 기억이 뚜렷하게 기억난다. 그 시절 참 행복했다. 지금도 남아있는 사진 속의 그 풍경들이 나를 흐뭇하게 만든다.

네 살 때로 기억한다. 할머니와 엄마가 추석 친지들을 위해 송편을 빚으셨다. 고부갈등으로 조금은 불편한 할머니와 엄마 사이에서 재롱을 떨고 싶었나보다. 팬티와 러닝셔츠만 달랑 입은 채 노래를 흥얼대기 시작했다. 꼭지머리에 종알종알 노래 부르는 내가 귀여웠는지 할머니와 엄마가 모처럼 웃으셨다. 덩달아 흥이 나서 옆에 있는 사이다 병을 냉큼 들고 더욱더 목청 높여 춤과 함께 노래를 불렀고 할머니와 엄마는 박장대소하셨다.

그때부터 송편을 무지 좋아한 것 같다. 송편을 먹을 때면 그때의 추억이 생각나 혼자 피식 웃는다. 이제 할머니는 96세. 정정하신 할머니와 엄마, 온 가족이 모여 송편을 빚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올 추석에 송편을 빚는다면, 어떤 노래를 불러드릴까? 그때는 기억에 '뽀뽀뽀'를 불러드린 것 같은데 이제는 트로트를 불러드려야 하나?

많은 가정에서 고운 빛깔의 송편을 빚으면서 화기애애한 정을 쌓았으면 좋겠다.

할머니, 오래오래 건강하게 사시고 엄마 더욱더 행복하세요. 효녀 딸이 앞으로도 잘해 드릴게요.

김혜주(대구 달서구 상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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