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택배업체, 추석 대목 '호황속 불황' 속앓이

"일감 늘어도 돈 안돼요"

▲ 추석이 다가오면서 택배물량이 폭주하고 있다. 5일 오전 대구시 동구 대한통운 경북지사 대구동부영업소 분류터미널에서 직원들이 전국에서 몰려든 택배물품을 각 행선지별로 분류하고 있다. 동부사업소 이병우 소장은
▲ 추석이 다가오면서 택배물량이 폭주하고 있다. 5일 오전 대구시 동구 대한통운 경북지사 대구동부영업소 분류터미널에서 직원들이 전국에서 몰려든 택배물품을 각 행선지별로 분류하고 있다. 동부사업소 이병우 소장은 "전년대비 물량이 50% 정도 늘었지만 각종 경비가 올라 수익은 오히려 떨어졌다"고 밝혔다. 정우용기자 vin@msnet.co.kr

"일을 해 봤자 남는게 없습니다."

대구의 D택배사 A소장은 요즘 밀려드는 일감을 보면 가슴만 답답해진다고 했다. 오전 7시부터 자정까지 정신없이 물건을 배달하고 있지만, 택배 업체가 난립하면서 출혈경쟁이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박스당 3천500원 수준이었던 단가가 2, 3년 만에 2천500원까지 떨어졌다"며 "일거리는 늘었지만 남는게 없다. 오히려 추석 대목이 두렵다"고 하소연했다.

추석 대목을 맞은 택배업체들이 '호황속 불황'을 겪고 있다. 예년에 비해 짧은 추석 기간 탓에 선물로 인사를 대신하려는 사람들이 늘면서 택배물량도 크게 늘어났지만, 수익성 악화로 '헛 배만 부르다'고 푸념하고 있다.

택배 업계에 따르면 올 추석 기간 동안 택배 물량은 예년에 비해 20~30%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대한통운택배 서부영업소 이양하 소장은 "평소 물량에 비해서는 40%, 지난해 추석과 비교해서는 20% 이상 택배 물량이 증가했다. 이미 4명의 아르바이트생을 더 고용했고, 아파트 단지 배달을 위한 주부사원도 구하고 있다"고 했다.

이번 추석 연휴 경우 2007년 5일, 2006년 최장 9일에 비해 턱없이 짧은데다, 일요일과 겹치면서 추석 선물 배달에 큰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다. 택배업체들은 아르바이트생과 배달트럭·콜밴 등을 미리 구해놓고 있다.

하지만 호황속에서도 택배업체의 속앓이는 깊어가고 있다. 업체간 경쟁으로 배달 단가는 수년째 떨어지고 있지만, 기름값 등 운송 경비는 상승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추석 ℓ당 1천297원이었던 경유가격은 현재 1천678원까지 380원이 상승, 택배 트럭 유지비도 따라 올랐다.

배달 차량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다. 2004년부터 사업용화물자동차와, 화물자동차운송사업(일반·개별·용달화물자동차운송업)과 화물자동차운송주선사업에 대한 신규허가를 제한해 오던 정부가 지난해 12월부터 만료되는 법의 시한을 오는 12월까지 1년 더 연장했기 때문이다. H택배 관계자는 "웃돈을 더 줘도 차량을 구하기가 힘들다. 차량 확보에 드는 추가비용이 많다보니 수익은 또 줄어든다"고 씁쓸해했다.

한 택배회사 영업소장은 "택배비 인상 없이는 더이상 사업유지가 어려운 상황이어서 이미 대형 업체들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 논의가 진행되고 있으며 택배사 조합 설립도 추진되고 있다"며 "조만간 택배업계에 구조조정의 회오리가 휘몰아 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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