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촛불 끄기

요즘 정부'여당은 강경하다. 엄정한 법 집행과 원칙을 강조한다. 집권 초기부터 권위와 정책 추진의 동력을 크게 상실하게 한 '촛불 정국'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그래도 부족한 지 전 정권의 비리까지 들추며 난국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더 이상 밀리면 남은 4년여도 허송세월하게 될 터이니 이해는 된다.

그렇다 해도 1970년대로 시계를 거꾸로 돌린 한심한 발상이다. 야당이 지리멸렬한 상태이니 밀어붙이면 될 것으로 믿는 모양이나 착각이다. 멀리 되돌아볼 것도 없이 참여정부의 실패 사례만 봐도 자명하지 않은가. 참여정부는 탄핵 역풍에 힘입어 국회에서 다수당이 됐으나 분열과 무능으로 결국 정권을 내놓았다.

어쩌면 촛불을 부른 것은 지금의 정부와 한나라당이다. 한나라당은 야당시절 노무현 전 대통령을 대통령으로 제대로 대접한 적이 없었다. 도저히 질 수 없는 싸움에서 졌기에 쉽게 승복할 수 없었을 게다. 그래서 노 전 대통령의 탄핵을 강행했다. 하지만 이게 부메랑이 됐다. 반대파들은 촛불집회에서 'MB 아웃'으로 대응했다.

참여정부는 오락가락 정책으로 '좌파 신자유주의'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그래서 지지자들조차 등을 돌렸지만 도덕적 자만심으로 똘똘 뭉친 '傲氣(오기)의 정치'를 폈다. 이명박 정부의 임기응변식 정책대응 역시 참여정부와 판박이다. 세계 경제의 침체 예상에도 수출 드라이브를 위한 고환율정책을 고수하다 물가가 급등하는 등 이명박 정부 경제팀의 성적표는 최악이다. 하지만 경제팀 경질 요구를 무시하는 '고집 정치'를 계속하고 있다. 게다가 수도권 중심 정책으로 비수도권의 상대적 박탈감은 어느 때보다 깊어지고 있다. 여기에 불교계의 극렬한 반발 등 종교 갈등까지 고조되고 있다.

국민들은 부패했지만 유능하다는 이유로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에 표를 몰아주었다. 하지만 지난 7개월의 국정운영은 부패한데다 무능하기까지 한 것으로 드러났다. 무능을 엄정한 법 집행과 원칙으로 감출 수 있을까. 법과 원칙이 해결하지 못하는 이해 갈등과 분열을 조정하는 것이 정치다. 법과 원칙이 복잡다단하고 난마같이 얽힌 현실을 해결한다면 법관만 있으면 되지, 대통령과 국회의원을 굳이 뽑을 이유가 없다. 보수만 옹호하고, 진보는 배척하는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을 아우르는 대통령이 될 때, 촛불은 저절로 꺼질 것이다.

조영창 북부본부장 cyc58@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