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다. 하늘은 높고 날씨도 좋아 산으로, 들로 등산이나 나들이 가기 '딱'이다. 그러나 가을엔 렙토스피라증, 쓰쓰가무시증, 신증후군출혈열(유행성출혈열) 등 감염질환이 흔히 발생하는 만큼 야외 활동 시 조심해야 한다. 특히 추석을 앞두고 벌초, 성묘를 하거나 가을 벼베기 때 이들 가을철 열병에 감염되지 않도록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주로 언제 많이 감염되나
렙토스피라증, 쓰쓰가무시증 및 신증후군출혈열은 유행 계절이 뚜렷한 질환이다. 셋 다 연중 감염될 수 있지만 10~12월이 절정이다. 렙토스피라증은 9월부터 증가해 10월에 정점에 이른 뒤 12월까지 빈발하고, 쓰쓰가무시증은 10월부터 늘기 시작해 11월에 정점, 12월부터 감소하는 양상을 띤다. 신증후군출혈열도 연중 산발적으로 환자가 발생하다가 10월부터 증가해 11월을 거치면서 최고조에 이르고 1월까지 위력을 떨친다. 이들 감염질환의 증가세도 뚜렷하다. 2003년 1천415건에 불과하던 쓰쓰가무시증의 경우 5년 만에 6천건을 넘어섰다. 렙토스피라균도 2003년 119건에서 2007년 208건으로 2배 가까이 늘었고, 신증후군출혈열도 2003년 392건에서 2007년 450건으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이는 여가 활동 기회와 시간이 늘면서 위험 환경 노출 빈도가 증가했고, 질환 감염 신고율도 높아졌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어떤 증상을 보이나
3대 발열성 감염질환의 경우 각각 원인 병원체나 감염 경로는 다르지만 고열과 두통, 오한 등 초기 증상은 비슷하다. 증상이 감기와 비슷해 감기로 생각하고 방치하다 진단이 늦어지거나 신장, 폐 등에 합병증을 일으키기도 해 주의가 요구된다. 실제 쓰쓰가무시증의 경우 열이 난 뒤 4, 5일 뒤에 붉은 반점 등 증상이 나타나기 때문에 감기 몸살로 치료하다 발진이 생긴 뒤 진단받는 경우가 흔하다. 심한 경우 폐렴이나 신부전증 같은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다. 물린 자리에 1㎝ 정도 크기의 '가피(딱지)'라는 검은 점이 생기는 게 특징이다. 렙토스피라증의 경우 90%가 가벼운 정도의 환자이지만 황달이 나타나는 중증감염 상태를 보이는 경우도 적잖다. 잠복기는 7~12일 정도다. 신증후군출혈열은 겨드랑이나 입안의 연구개, 눈의 결막에 출혈반점이 있고, 요통, 안구 통증, 두통 등을 유발하는 게 특징이다. 저혈압이나 급성 신장부전 등 신장 기능 장애가 나타나기도 한다.
◆어떻게 감염되나
렙토스피라증은 주로 병원성 렙토스피라균(Leptospira)에 감염된 쥐, 다람쥐 등 설치류나 일부 가축 등의 소변에 오염된 풀이나 물, 흙에 노출될 경우 상처 난 피부, 점막 등을 통해 전파된다. 농부나 군인, 동물과 접촉이 많은 직종 종사자에게서 많이 발생하며 특히 홍수 때나 추수기 벼베기 때 집단 발생할 우려가 크다. 신증후군출혈열은 한탄바이러스(Hantaan virus)와 서울바이러스(Seoul virus)에 감염된 설치류의 소변, 대변, 타액에서 나온 바이러스를 흡입할 때 나타나는 대표적인 인수공통전염병이다. 치명률도 7% 정도로 높아 3대 질환 중 가장 주의를 요한다. 쓰쓰가무시증은 털진드기의 유충이 사람을 물면 오리엔티아 쓰쓰가무시(Orientia tsutsugamushi)라는 균이 피부를 통해 몸 안으로 들어와 발병하는 급성 열성 질환으로, 3대 질환 중 가장 흔하다.
◆예방책
이런 3대 가을철 열병을 예방하기 위해선 추수나 벌초 때 긴소매 옷과 장화, 장갑 등 보호구를 착용하고, 논·밭일 등 야외활동 이후 집으로 돌아와서는 반드시 옷에 묻은 먼지를 털고 목욕을 해야 한다. 손·발에 상처가 있는 경우 일을 하지 말고, 가능한 한 농경지 고인 물에 손·발이 닿지 않는 게 좋다. 렙토스피라증과 쓰쓰가무시증의 경우 약물로 예방할 수 있는 만큼 감염 위험이 있는 장소로 갈 경우 의사와 상의할 필요가 있다. 또 가을철 발열이 있는 경우 감기 몸살로만 생각하지 말고 빨리 의료기관을 찾는 게 좋다. 특히 쓰쓰가무시증의 경우 독시사이클린 등 치료약에 잘 반응하는 만큼 빠른 진단과 치료가 중요한데, 시골에서 농사 짓는 노인의 경우 감염 후 신속하게 치료하지 않으면 숨질 수도 있어 더욱 주의가 요구된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김신우 경북대병원 감염내과 교수
사진설명=가을철 3대 감염 질환이 갈수록 증가하고 있다. 등산, 나들이, 성묘, 벌초, 논·밭농사 시 보호장구 착용 등 주의가 요구된다.
댓글 많은 뉴스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이재명, 민주당 충청 경선서 88.15%로 압승…김동연 2위
전광훈 "대선 출마하겠다"…서울 도심 곳곳은 '윤 어게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