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인터뷰] 지경부 박정욱 에너리관리 과장

"사용하지 않는 가전제품 코드는 반드시 뽑아주세요. 전기요금의 10%가량이 코드가 꼽혀 있는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방전되는 '대기전력' 요금이랍니다."

국내 에너지 수요 실무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지식경제부 박정욱(40) 에너지관리 과장은 허투루 소비되는 에너지가 상당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에 따르면 전기선로 배선과정상의 누전도 알토란 같은 에너지가 공기 중에 버려지는 현상이고, 화력발전소에서 발생하는 열기를 그냥 방출하는 것도 사용가능한 열에너지를 그냥 내다버리는 행위라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에너지 효율이 좋은 편도 아니다. 에너지원단위(TOE. 1천달러 생산을 위해 소비된 에너지양)를 살펴보면 한국은 일본의 3분의 1, OECD 국가와는 절반에 못 미친다. 똑같은 제품을 만드는데 우리는 두세 배의 에너지를 더 소비하고 있는 셈이다.

그래서 박 과장은 에너지 효율성 제고에 열을 낸다. "먼저 국내 에너지의 54%가 투입되고 있는 산업분야에 대대적인 구조개혁이 필요합니다." 철강, 섬유, 화학, 시멘트 등 석유 의존도가 높은 산업구조에서 적은 에너지를 사용하고도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도록 구조변경이 시급하다는 것. 에너지 경영 시스템 도입, 고효율 에너지 제품 생산 등 기업의 시스템 변화도 함께 주문했다.

국민 의식도 꼬집었다. "우리는 편한 것을 한번 접해버리면 불편했던 시절로 되돌아가는 것을 굉장히 싫어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싫다고 하지 않을 상황이 못됩니다. 절약은 개인의 작은 실천에서부터 나오는 것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합니다."

듣기에 따라서는 거북할 수도 있는 지적이지만 그는 전혀 개의치 않는다. 이미 지난번 전기소비자보호팀 과장 시절 전기요금을 담당하면서 '욕'은 먹을 만큼 먹었다. 당시 업무는 한국전력의 적정 요금을 책정하는 것이었는데, 그는 에너지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 전기료도 맞물려 올려야 한다는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런 이유 때문에 전기료가 오를 때마다 화살은 번번이 박 과장의 몫이었다. 그래도 "에너지원 단가가 올라갈 때도 소비자가격을 동결한다면 결국 달러만 축내는 셈이 됩니다. 에너지 가격을 올려 소비량을 줄이는 방법밖에 없습니다"며 여전히 단호했다.

박 과장은 대구에서 태어났으나 부모님을 따라 상경해 서울 경성고, 연세대를 졸업하고 행시 35회에 합격했다.

박상전기자 mikypar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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