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자 노트] 대구시와 달서구 집안싸움이라니…

"어떻게 하면 대구 전체에 도움이 될지 머리를 맞대도 모자랄 판에 집안싸움이라니."

지난 5일 대구시의회를 지켜본 한 공무원의 탄식이다. 이날 임시회는 방청 온 달서구 주민들이 '대구기상대 두류정수장 이전 반대'를 외쳐 30여분간 정회되는 소동을 빚었다. 그는 "대구 도심의 오랜 문제를 국가예산으로 풀 수 있는 기회인 만큼 내부 분란이 커져서는 될 일도 안 된다"며 "언제부터 기상대가 님비현상을 일으키는 혐오시설이 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대구기상대 두류정수장 이전 문제로 불거진 대구시와 달서구의 갈등이 점입가경이다. 시는 시대로 이전 타당성을 주장하고, 구는 구대로 주민 재산권 침해, 이전지 부적합 등을 내세우며 결사반대를 외치고 있다.

정책이나 사업에 대한 찬반 논란이야 당연한 일이지만 이번 싸움을 보면서 한편의 쇼 같다는 느낌이 드는 이유는 뭘까. 아직 가시화하지도 않은 정책을 놓고 국회의원과 구청장, 시·구의원 등 이른바 '정치인'들이 앞을 다퉈 목청을 높이는 의도가 진정 주민들을 위해서냐는 의심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기상청 측에서 이제 현장답사 한 번 와본 상황을 급박한 정치적 쟁점으로 만들려는 건 2년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를 겨냥한 정치적 액션이라는 곱지 않은 시각도 있다.

대구시 역시 구청과의 사전 조정을 중시하지 않아 반발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듣고 있다. 민선 4기를 지나며 광역단체와 기초단체 사이에 상하 의식이나 일방통행식 행정이 사라져가는 마당에 구청과의 건전한 파트너십은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것.

대구 기상대 이전까지는 아직 많은 절차와 긴 시간이 남았다. 당장 큰일이라도 나고, 내일모레 개발될 곳이 규제되는 상황이 아니라면 조금 더 여유를 갖고 기상대 이전 문제를 논의해도 충분하다.

지금이라도 대구시와 달서구가 '대구에 가장 득이 되는 방법이 무엇인가'를 함께 고민해 시민들에게 희망의 박수 소리를 들려주기를 기대한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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