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4시 경북대 우당교육관에서 경북대 사범대와 매일신문사가 공동 주최하는 '자녀교육 지원을 위한 2008년 학부모교실 프로그램'의 마지막 강의가 펼쳐진다. 이번 강의에는 경북대 영어교육과 이예식 교수(전 경북대 어학원장)가 '한국 영어교육, 무엇이 문제인가'란 주제로 강연을 할 예정이다. '하이스터디'는 강의에 앞서 이 교수의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문제점은 무엇이고 어떻게 하면 효율적인 영어교육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우리나라 영어교육이 효율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선 우선 대입 수능외국어영역 시험 방식을 과감히 바꿔야 합니다. 한 차례의 시험만으로 평가할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영어 구사력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식으로 말이죠."
그는 우리나라 영어교육의 고질적인 문제의 주범으로 시험 위주의 영어교육을 가장 먼저 꼽았다. "우리나라가 1년 동안 영어교육을 위해 지불하는 비용은 천문학적 수치인 15조원을 웃도는 반면 우리 국민들의 영어 실력은 iBT TOEFL 기준으로 147개국 중 111위에 불과하다"고 했다. 기업으로 치면 전형적인 고비용 저효율이라는 것.
이 같은 문제의 요인은 영어를 언어가 아닌 시험 대상으로 생각하는 인식 때문이며 그렇기 때문에 영어를 의도적으로 외우는 것이 보편화돼 있다는 것. 의도적으로 외운 지식은 대부분 단기 기억장치에 저장돼 반복하지 않으면 곧바로 기억에서 사라진다고 했다. 이 교수는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학생들의 고교과정뿐 아니라 초·중학교 과정의 영어 성적도 종합해 평가하는 방법을 예로 들었다.
또 다른 문제점으로 이해 중심의 영어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점을 꼬집었다. 실제 의사소통 능력을 결정하는 것은 읽고 들어서 이해하는 부분보다 쓰고 말할 수 있는 표현기능인데 이 같은 교육이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 이 교수는 "이런 틀을 과감히 바꾸기 위해선 대학 입시에서 표현기능이 우수한 학생들에게 유리한 평가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또한 중·고교 영어과정을 누적적으로 평가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영어수업이 너무 교과서에 의존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한다. 이 교수는 "과거에 7차 교육과정의 중1 영어교과서의 표현을 분석했더니 부자연스럽거나 틀린 표현이 한 교과서에 무려 100개가 넘었다"며 "처음부터 잘못된 표현을 배우니까 다양한 자료가 필요한 영어교육이 제대로 되지 못한다"고 했다. 더욱이 영어교과서 내용과 주제가 학생들에게 재미없고 지루한 부분이 많아 전혀 동기부여가 되지 않는다는 것.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영어교과서 제도를 과감히 폐지하고 교과서를 하나의 참고도서로 사용하면서 다양한 교재 개발을 서둘러야 한다고 했다.
그는 "실질적인 영어 향상 프로그램이 없는 현실도 안타깝다"고 말했다. 천문학적 예산을 들여 전국적으로 영어마을이나 영어체험교실, 영어전용교실 등을 짓고 있지만 아직 이 같은 것이 학문적으로 효과가 있는지에 대한 연구결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데 이것은 제대로 된 프로그램이 갖춰지지 않았다는 방증이라는 것. 이 교수는 "단순히 컴퓨터나 빔프로젝터, 각종 도서 등을 갖췄다고 영어 능력이 향상되는 것이 아니라 영어 관련 시설들을 유형별로 분류하고 거기에 맞는 프로그램 개발과 보급이 시급하다"고 말을 이었다.
이 교수는 몰입식 영어교육을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단 교사 양성이나 교과과정 준비, 교재개발 등 충분한 준비기간이 필요하다는 것. 이 교수는 "성급하게 하지 말고 10년 정도 여유를 갖고 준비한다면 충분히 가능성과 성과가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댓글 많은 뉴스
이재명 90% 득표율에 "완전히 이재명당 전락" 국힘 맹비난
권영세 "이재명 압도적 득표율, 독재국가 선거 떠올라"
이재명 "TK 2차전지·바이오 육성…신공항·울릉공항 조속 추진"
대법원, 이재명 '선거법 위반' 사건 전원합의체 회부…노태악 회피신청
국정원, 中 업체 매일신문 등 국내 언론사 도용 가짜 사이트 포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