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도 폐지 '지방행정체제 개편안' 논란

"수도권만 살고 나머지 지방은 더 죽을수도"

현행 시·도를 없애고 전국을 50~70개 정도의 단위로 짜자는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지방행정체제 개편 주장과 관련, 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지역 경쟁력을 더 높여가는 세계적 추세에 역행한다는 비판과 우려가 제기됐다.

조진형 지방분권운동 대구경북본부 상임대표는 8일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지방행정체제 개편안은 일본의 '현'을 벤치마킹해 행정단계를 줄이려던 1970년대 구상과 거의 유사하다"면서 "하지만 현재 일본은 중앙집권이 국가발전에 장애가 되고 있다고 판단, 강력한 지방분권을 근간으로 한 도주제(道州制)를 도입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정해 대구전략산업기획단장(경북대 교수)도 "지방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지방이 기획권과 재정권을 갖지 않으면 안 된다"며 "현재 여당과 제1야당의 지방행정체계 개편안은 마치 우리나라를 싱가포르와 같은 도시국가로 착각하고 효율성만 강조해, 중앙정부가 모든 것을 다할 수 있다는 식의 잘못된 인식에 기반한 것 같다"고 말했다.

상당수 전문가들은 시·도가 없어지고 중간 규모의 행정단위로 개편되면 지역적 특색이 약화됨에 따라 획일적 정책 집행이 가능해져 중앙정부로서는 편해질지 몰라도 수도권을 제외한 다른 지역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실제로 일본은 메이지 유신(1868년) 이후 계속된 중앙집권 체제가 ▷도쿄 집중화 ▷지방 피폐 ▷낭비와 거액 재정적자 ▷지역 간 격차 확대 등의 부작용을 초래했다고 판단, 현재 47개의 도도부현(都道府縣)을 10~13개 정도의 도주(道州)로 개편하는 안을 2018년까지 완료한다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도주제는 군사, 외교, 통화발행 및 관리 등 16개 항목만 중앙정부에서 맡고 나머지 모든 사항은 도주가 자율적으로 처리하는, 연방제에 가까운 계획안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지방의 초광역화는 영국, 프랑스 등 유럽국가들의 행정구역 개편 논의에도 그대로 적용되고 있다. 특히 연방제 국가인 독일조차도 현재 16개의 지방행정단위를 9개 내외로 더욱 규모를 키워 각 지방이 국제경쟁력을 가진 단위로 거듭나게 하려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에구치 가츠히코 위원장(일본 내각부 도주제 비전위원회)은 지난 5월 한반도선진화재단 주최 '지방행정단위 개편과 중앙·지방 정부의 역할' 세미나에서 "21세기 냉엄한 국제 경쟁시대를 고려할 때 도쿄 한 곳만으로 국제사회에 대응하기는 어렵다"며 "좁은 일본 국토를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행정구역 개편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신도철 숙명여대 교수도 "중앙집권제는 지역갈등을 조장하고 포퓰리즘적 정책의 채택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광역분권형 국가운영은 세계적 추세"라고 말했고, 박세일 서울대 교수도 "세계화가 요구하는 자기변화와 개혁을 순발력 있게 역동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행정구역의 인구 규모는 500만~1천500만명 정도"라고 말했다.

기획탐사팀=석민기자 sukm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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