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저녁, 경산시청 농촌개발담당 박형근(57·사월교회 장로)씨의 경산 정평동 아파트에는 특별한 손님들이 모였다. 우즈베키스탄에서 6년 만에 찾아온 양아들 김드미트리(30)씨와 한국에 처음 온 유세르게이(31)씨, 이미 한국에 와서 생활하고 있던 유씨의 장인 한아디또리(53)씨와 장모 천나이제르다(53)씨, 찜질방에서 일하는 김리이자(62·여)씨, 박씨 집에 머물면서 대신대 4학년에 재학중인 김이리나(24·여)씨, 그리고 박씨의 친딸 지경(28)씨 부부와 아들 지수(24)씨….
이들 중 김드미트리씨는 6년전 한국에 처음 와서 생활하다 선천성 심장판막증으로 꺼져 가던 생명을 박씨의 도움으로 되살린 고려인. 그에게 한국은 '은혜의 땅'이며, 양아버지인 박씨의 집은 '은인의 집'이다.
김씨는 6년전 우즈베키스탄에서 선교활동을 하던 김창석(53) 목사의 소개로 처음 한국에 와 박씨 집에서 직장을 다니던 중 한 달도 안돼 몸져 누웠고, 병원 진찰결과 심장판막증 판정을 받았다. 의사로부터 수술을 받지 않으면 5~6년 이상 살기 어려운 시한부 인생 선고를 받고 절망에 빠져 있었고, 박씨 부부의 주선으로 경북대 병원에서 3차례에 걸친 수술 끝에 새 삶을 살 수 있게 됐다(본지 2002년 6월 3일 보도).
수술을 맡았던 경북대 의대 장봉현 흉부외과 교수 등 각계의 온정과 도움에도 불구하고 1억여원에 가까운 수술비를 감당 못해 박씨는 아파트를 저당 잡혔고 지금도 그 빚을 갚고 있다.
6년 만에 다시 한국땅을 밟은 김씨의 감회는 그래서 남달랐다. "나에게 새로운 삶을 열어준 생명의 은인인 한국의 아버지와 어머니, 그리고 그 가족들이 너무 보고 싶었습니다."
양아들 김씨와의 인연으로 박씨 부부는 한국을 찾는 우즈베키스탄 고려인들의 후원자가 됐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오는 고려인들이 거처할 수 있도록 아예 자신의 아파트 방을 내놓고 이들이 직장생활을 도와주는 등 고려인들의 따뜻한 안식처이자 사랑방이 되어 주었다.
박씨 부부는 우즈베키스탄 현지에서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고 있는 고려인 4세에게 2년 전부터 매달 25만원의 운영비를 지원해 주고 있기도 하다.
"경제적으로는 마이너스이지만 마음만은 누구보다 행복한 플러스입니다." 우즈베키스탄 카레이스키의 후원자인 박씨 부부는 "한국에 온 동포들이 함께 만나 예배 드릴수 있도록 도와주고, 이들이 행복하게 살아가는 것이 소망"이라고 밝게 웃었다.
경산·김진만기자 fact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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