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고] 인생은 길고 배울건 많다

얼마 전 발표된 '2008 OECD 건강 데이터'에 따르면 2006년 현재 한국인 평균 수명은 79.1세로 OECD 가입국 평균 수명인 78.9세보다 긴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2001년 76.4세를 기록한 이후 매년 길어졌으며, 이 같은 추세가 이어질 경우 올해 내로 80세를 돌파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론은 전하고 있다. '평균수명 120세 축복인가 재앙인가'라는 제목의 책도 있는 걸 보면, 지금도 60청년이라는 말이 낯설지 않은데, 100세 청년이라는 신조어도 머잖아 나올 날이 있으리라는 생각도 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들은 길어진 우리의 수명에 대해 얼마나 진지한 고민과 성찰과 준비를 하였을까.

"인생은 길고 은퇴는 빠르다."

위의 한국인 평균 수명에 관한 보도가 나오자 곧바로 보게 된 노후대비 금융상품 광고카피다. 이를 보면 인간의 수명 연장에 가장 큰 관심과 걱정을 하면서 발 빠른 대응을 하는 데는 정부도, 개인도 아니다. 보험을 비롯한 금융상품을 취급하는 기업인 것 같다. 실로 '평균수명'이라는 단어를 포털사이트에서 검색하면 뉴스를 제외하고는 거의 대부분이 보험 관련 상품광고와 관련된 자료들이 뜨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우리의 연장된 수명에 대해 누구보다 더 고민해주니 참으로 고마운(?) 기업인데, 과연 바람직하기만 한 것일까.

사실 평균 수명과 같은 통계에 직면한 우리의 바람직한 태도는 저출산고령화사회를 대비하고,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한 사회복지적 서비스 등 다양한 정부대책을 요구해야 하기도 하지만, 개인적인 차원의 인생설계를 위한 준비가 훨씬 더 절실하고 요긴하다는 각성을 하는 것이 아닐까. 길어진 나의 수명과 비례해서 행복한 나의 삶에 대한 책임과 계획과 준비를 금융회사나 기업이 대신하도록 하고, 나는 그들 상품의 소비자이기만 할 수는 없다는 점에서 적극적 인생설계에 관심 가져야 할 때이다. 내 인생의 설계는 보험회사가 해주는 것보다는 나 스스로 만들어 준비하고 이루어가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기 때문이다. 건강하게 살 뿐만 아니라 즐겁고 행복하게 살기 위하여 부단히 준비하고 공부하는 삶의 자세가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한 시점이다.

그런 점에서 앞서의 광고문구를 패러디하면서 제안한다.

"인생은 길고 배울 것은 많다."

어려서 부모의 교육의무에 힘입어 초등, 중등, 고등교육까지도 어렵잖게 받고, 직장을 구하여 결혼을 하며, 또 부모가 되면서 내가 받은 인생의 빚을 자식에게 되돌려주기는 하지만, 그러는 사이 나는 나를 위해 무엇을 하였던가. 가족과 사회와 국가와 인류를 위해 부단히 내 삶을 혹사하였다면 때로는 나 자신을 풍요롭게 하고자 하는 노력과 과정도 필요하지 않을까. 인생삼모작의 시대, 오로지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갖기 위해 '엄마는 뿔나서' 가출도 감행하지 않던가.

한때 '한우물을 파는 것'이 미덕인 때가 있었다. 아니, 지금도 평생 한우물을 파서 성공을 이룬 사람도 많고, 또 그럴 필요가 있는 삶도 있다. 그러나 한평생 80여년을 산다 치면, 오직 한 직종의 한 직장, 한 직업에 단 한 가지 일로 성공적인 삶을 살아내기는 얼마나 버거울까. 오히려 적극적이고 긍정적으로 생각한다면 다양한 삶의 경험을 설계하는 것이 훨씬 더 즐거운 인생이 되지 않을까.

평생을 살면서 다양한 삶을 즐겁게 영위할 수 있는 방법은 평생 공부하는 일일 것이다. 이젠 공부도 때가 있다는 말은 옛말이 되었다. 그야말로 평생학습의 시대다.

최근 우리나라에서는 각 기초자치단체 단위로 평생학습도시를 지정, 시민들의 자발적 학습을 유도하는 좋은 정책을 펴고 있다. 시민들의 학습 욕구를 기초정부가 충족시켜 주고자 하는 바람직한 평생학습의 場(장)이 둘러보면 우리 바로 가까이에 있다. 나날이 배워서 한층 살찐 삶을 설계하자. 삶이 녹슬지 않도록 노력을 보태는 가장 현명한 방법은 배우는 것이다.

이정옥 위덕대 평생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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