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르포)새삶 사는 출소자들의 한가위 가슴앓이

편견에 섧고 가족 생각나 울고…

지난 8일 오후 대구시 달서구 이곡동 한국갱생보호공단 대구지부 생활관. 목수 김모(53)씨는 구미 원룸 신축현장에 나갔다 '0.5'만 하고 왔다고 했다. '0.5'는 반(半)나절만 일했다는 뜻이다. "오전 5시에 일어나 용역회사 승합차 타고 갔는데 임금도 절반만 받았네요." 이달 들어 첫 일거리여서 아쉬움은 더했다. "청송교도소에서 절도죄로 복역하고 출소한 지 5개월째입니다. 막일 말고는 할 일이 없네요. 추석 때 노모(老母)를 만나는 건 꿈도 못 꾸지요. 방 한칸 얻을 돈이라도 모아야 할 텐데…."

◆건설 일용직이라도 감지덕지=한국갱생보호공단은 교도소 출소자들이 자발적으로 입소, 6개월~2년가량 숙식을 제공받으면서 일거리를 찾는 등 사회복귀를 위해 머무는 법무부 산하기관. 대구지부에는 현재 30~60대 출소자 53명이 생활하고 있다. 최용탁 대구지부장은 "53명 중 절반이 건설 일용직이고, 나머지는 택시기사, 생산직 근로자, 건물 잡역부 등에 종사한다"고 했다.

그러나 전과자라고 낙인찍힌 이들에게는 변변한 일자리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지난 4월 갱생보호공단에 들어온 이모(61)씨는 공장 창고 경비, 호텔 잡부 등으로 일하다 일거리가 끊겨 놀고 있다. "이번에 나오니까 식구들이 주소도 옮기고 전화번호도 바꿨데요." 그는 공사판 막일이라도 하고 싶지만 새벽 인력시장에 나가도 데려가지 않는다고 넋두리했다.

최모(59)씨는 오전 6, 7시쯤 갱생보호공단으로 퇴근한다. 그는 요즘 꼬박 밤을 새우며 하루 16시간씩 택시를 몰고 있다. "사납금을 못 맞추면 퇴근 시간은 더 늦어져요. 그래도 요즘처럼 월급 받아본 게 얼마만인지." 운전기사가 부족한 택시는 최씨 같은 출소자들이 그나마 도전할 수 있는 업종이다. 교도소에서 보낸 세월만 30여년이라는 최씨는 "추석 명절이 가까워지면 헤어진 아들이 보고 싶다. 그때 8개월 된 아이였는데…."라고 했다. 그는 아들 앞에 부끄럽지 않으려면 돈을 모아야 한다고 했다.

한국갱생보호공단 대구지부 양병근 취업알선 담당은 "직장 동료들 사이에 전과자라는 소문이 나 못 견뎌 그만두는 경우도 있다"며 "직장에서 전화가 오면 갱생보호공단이라고 얘기조차 할 수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2명 중 1명은 재범(再犯), 사회 전체가 자활 도와야=형사정책연구원이 2006년 발표한 재범률은 51.4%. 출소자 2명 중 1명은 다시 범죄의 유혹에 빠진다는 얘기다. 이렇다 보니 일자리를 얻기가 더욱 어렵다. 박모(56)씨는 "잠자리가 제공되는 경비원 일을 하고 싶지만 누가 전과자에게 열쇠를 맡기겠나"라고 자조했다. 갱생보호공단 대구지부 신철범 후원회장은 "출소자에 대한 편견은 많이 없어졌지만 3D업종을 제외하고는 마땅한 일자리가 없고 일자리를 잡아도 직장 문화에 잘 적응하지 못한다"고 했다.

최용탁 대구지부장은 "대구경북에서만 월 330명이 만기 출소한다. 그나마 갱생보호공단에 제 발로 온 사람들은 모진 마음을 먹은 이들"이라며 "체계적인 취업알선과 사회의 따뜻한 시선만이 이들의 자활을 도울 수 있다"고 했다.

최병고기자 cbg@msnet.co.kr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