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야고부] 강건너 불

대통령 선거를 두 달 앞둔 미국 정치판에 신데렐라가 나타났다고 난리다. 공화당 부통령 후보로 지명된 44세의 알래스카 주지사 세라 페일린이 그 주인공이다. 그녀가 공화당 전당대회장에서 후보 수락 연설을 할 때 끼고 있던 가즈오 가와사키가 디자인한 일본 마수나가사의 무테안경이 새로운 유행 패션이 되고 있을 정도다.

여론조사도 지지율에서 뒤처지거나 백중세이던 공화당 존 매케인 후보가 민주당 버락 오바마 후보를 앞섰다고 보도했다. 민주당 경선에서 힐러리 클린턴을 누르고 대통령 후보가 된 오바마에게 페일린이 새 상대로 부상한 것이다.

이쯤에서 세상의 관심은 오바마를 지지하기로 한 힐러리가 과연 오바마의 저격수가 돼 페일린 공격에 앞장서 줄까 하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는다. 그것이 황색 저널리즘의 바라던 바이고 스포트라이트를 받긴 하겠지만 절대 고수들은 일방의 치명상이 예상되는 맞대결은 피한다는 것이 그 이유다.

힐러리는 민주당 유세에서 페일린이 공화당 부통령 후보가 된 것을 '위대한 업적'이라며 맞대결을 피했다. 페일린의 등장으로 오바마의 지지율이 매케인에 역전당한 민주당이 소방수로 내보낸 힐러리의 소방수 역할치고는 못마땅한 듯 보였다. 그러나 이에 앞서 페일린도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의 힐러리의 선전을 칭찬했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정보와 진실 사이에는 상당히 큰 차이가 있다. 말과 행동이 다르다는 얘기다.

1989년의 미국 뉴욕시장 선거는 민주당의 흑인 데이비드 딘킨스와 공화당의 백인 루돌프 줄리아니 사이의 한판 승부였다. 설문조사에서 딘킨스는 15%포인트 이상 앞선 것으로 예측됐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딘킨스의 진땀 승. 뉴욕시 최초의 흑인 시장을 탄생시켰지만 유권자들은 후보자만큼이나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미국 언론들은 썼다.

우리와도 무관하지 않은 미국 대통령 선거는 이제 겨우 두 달 남았다. 그런데 우리는 그냥 강 건너 불구경하듯 할밖에다. 페일린에 관한 소문과 진실, 이웃집 아줌마처럼 편안하면서 오늘날 미국의 보통 가정이 안고 있는 고민들을 갖고 있다는 평범함이 일으킨 페일린의 돌풍이 얼마나 추동력을 발휘할지 구경하는 즐거움이 우리 몫인가.

이경우 논설위원 thelee@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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