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기자] 주민센터 영어 강사 신시아 지 로돌포씨

"결혼이주여성 일자리 더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 필리핀 출신 결혼이주여성 로돌포씨가 경산 중앙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초교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며 한국생활에 잘 적응해나가고 있다. 권지현 시민기자
▲ 필리핀 출신 결혼이주여성 로돌포씨가 경산 중앙동 주민자치센터에서 초교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치며 한국생활에 잘 적응해나가고 있다. 권지현 시민기자

필리핀 출신 결혼이주여성인 신시아 지 로돌포(35·여·경산시 중앙동)씨가 경산시 중앙동 주민자치센터에서 개설한 어린이 영어교실 강사로 맹활약하고 있다. 로돌포씨는 지난해 4월부터 주민자치센터에 주 2회(월·수요일) 하루 2시간씩 초등학생들에게 영어를 가르친다.

그녀는 필리핀 훌리트리니티 대학(경영학)을 졸업한 후 관공서에서 근무했었다. 1999년 한국으로 시집와 어린이집에서 영어강사로 활동했던 경험도 있다. 2002년 남편과 사별한 후 시어머니와 아들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기에 장갑공장 등에서 일을 했지만, 힘에 부친 근무 시간에 비해 급여도 한국인보다 적어 직장을 그만뒀다.

어느 날 중앙동 주민센터에서 외국인 결혼이주여성 생활 실태조사를 하던 중 로돌포씨의 사연을 알게 되었고, 마침 주민자치센터에서 어린이 영어교실을 열기 위해 강사를 물색하던 중이어서 그녀를 적임자로 채용한 것.

초교 저학년반과 고학년반으로 나눠 하는 수업에는 모두 21명이 수강중이다. 학생들에게는 영어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결혼이주여성에게는 일자리 제공을 통해 정착을 돕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

김연지(10·경산초교 3년)양은 "학교에서는 영어와 우리말을 섞어 쓰는데, 여기서는 영어로만 수업하니까 더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순자(52·여) 중앙동 주민자치센터 실장은 "비싼 수강료 때문에 아이들을 사설학원 보내기가 쉽지 않은데 주민자치센터에서 무료로, 그것도 외국인 강사가 강의를 해줘서 학부모들의 만족도가 높다"고 했다.

로돌포씨는 "하루 강의료 4만원을 받고 있지만 엄마의 손길이 필요한 아들과 많은 시간을 보낼 수 있어서 좋다"고 말했다. "영세민 아파트에서 집세 걱정 않고, 시어머니와 아들을 잘 보살피며 살고 싶어요. 기초생활수급자 지원 등 정부의 지원도 좋지만 결혼이주여성들이 일할 수 있는 곳이 좀 더 많아져 떳떳하게 자립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그녀의 소박한 소망이다.

권지현 시민기자 imwrit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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