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민기자] 추석 앞둔 아파트 경비실, 택배로 가득

명절이라는 정서를 가장 빠르게 느낄 수 있는 곳이 각종 제수용품과 선물용 상품이 그득한 시장이지만, 요즈음에는 아파트 경비실로 수없이 배달되는 택배물건 때문에 이곳 또한 명절 분위기가 시장 못지 않다. 특히 명절을 앞둔 많은 택배물량 때문에 아파트 경비원의 주업무가 택배수급으로 바뀐 것이 아닌가 하는 착각이 들 정도이다.

지난주부터 이미 명절 선물이 오가고 시골에서 햇과일 햇곡식이 배달되면서 평소에는 그리 좁지 않다고 생각했던 아파트 경비실이 배달되는 택배물건들이 쌓이면서 퇴근길 주인이 찾아가기까지는 발 디딜 공간도 없을 지경이다.

빼곡하게 기록해 놓은 우편물 수불대장을 보면 그 종류도 헤아릴 수도 없을 정도다. 아파트 경비주임 박용철씨는 "입주민들이 물건을 찾아가면서 전하는 '고맙다'는 말 한마디에 흐뭇한 정을 느낀다"며 "택배회사의 배달원까지 음료수를 사들고 인사를 건넬 때는 아무리 물건이 많아도 짜증을 부릴 수가 없다"고 웃었다.

가장 염려되는 것은 경비실이 비좁아 물건을 바깥에까지 쌓아두면서 일어날 수 있는 분실사고. 또 수산물의 경우 빨리 찾아가지 않으면 혹시 물건이 상할까 신경이 많이 쓰이게 마련이다.

예전과는 달리 인터넷 쇼핑 인구 급증에다 배달문화가 자리를 잡으면서 선물을 가정으로 직접 배달하는 경우가 늘어나다 보니 아파트 경비실의 역할 중 택배수급 업무가 경비본연의 업무에 버금갈 정도가 되었다. 시대가 변한 만큼 아파트 경비실에도 우편물 보관창고가 별도로 있었으면 좋겠다는 경비원들의 건의가 그냥 지나쳐 버릴 수 없는 목소리로 들린다. 맞벌이 가정이 많다 보니 명절 선물조차 직접 받을 수 없어 경비원들의 손을 빌려야 하는 입주민들이 경비원들의 수고에 '고맙다'는 인사 한마다라도 나누는 명절이 되었으면 한다.

글·사진 송숙연 시민기자 jbbgs@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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