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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춘추] '화가가 된 후'

오늘날에는 미술이 대중과 소통하는 중심축으로서 비엔날레와 아트 페어가 큰 흐름을 형성하고 있다. 비엔날레는 격년제로 열리는데 올림픽처럼 각국의 도시가 조직을 만들어 주최하는 것이 일반화되어 있다. 아트 페어도 나라마다 도시 이름을 사용하지만 미술관련 단체가 주최하고 주관한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아트 페어가 있는가 하면 단체나 개인이 수시로 개최하는 소규모 행사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고 있다. 아트 쇼라고 부르기도 한다. 널리 알려진 비엔날레와 아트 페어는 국제적인 규모의 전시행사인데 성격은 서로 다르다. 비엔날레는 작가를 초청하고 아트 페어는 화랑을 초청한다.

비엔날레는 현대 미술의 새로운 형식과 동향을 일반인에게 알리고 이해시키는 기능을 한다. 그러니까 혁신적 조형 실험과 형식이 미술계 내의 제한된 소수에게만 이해되는 것을 넘어 일반인들이 새로운 미적 경험을 하는 기능을 갖는다. 이런 점에서 비엔날레는 상업성과 거리가 멀다. 도시나 국가가 미적 감수성의 지평을 넓힘으로써 사회적 변화를 꾀하는 공공성으로 평가된다.

아트 페어는 미술품의 견본시장으로 상업성이 뚜렷하다. 비엔날레에 의해 형성된 미술에 대한 새로운 경향과 미적 경험의 확장이 아트 페어를 통해 다양한 미술품 소비를 추구하는 것이다. 비유하자면 비엔날레가 신제품 설명회라면 아트 페어는 판촉 활동이다.

여타의 생산품이 시장에서 성공하기 어렵듯이 미술품도 마찬가지다. 눈여겨볼 만한 비엔날레에 출품작가로 선정되는 일이 화가로서는 큰 영광이지만 소수에 국한된다. 또 참가했다고 해서 화가의 장래나 생활이 보장되는 건 더욱 아니다. 동시대에 의미 있는 작품 활동을 하고 있다는 평가의 일환으로 명성을 높이거나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기회이긴 하다.

아트 페어는 초청된 화랑이 작품성과 시장성을 겸비하고 있거나 가능성을 타진할 만한 작가를 선정하여 작품을 선보인다. 물론 여기에도 주최 측이 요구하는 일정 수준의 자격 요건이 있고, 화랑으로서도 경비를 부담하며 참가하기 때문에 화랑의 이미지를 높이면서 컬렉션이 기대되는 작가를 찾는다. 그런 만큼 이 또한 많은 화가들에겐 문턱이 높다.

비엔날레와 달리 아트 페어는 참여 작가로 초대된 다음이 더 냉혹하다. 시장의 반응에 따라 인기작가로 떠오를 수도 있고 곧바로 추락할 수도 있다. 시장의 힘이 예술을 좌지우지하는 시대인 것이다. 여러 차례 국내외의 유명 아트 페어에 참가해 온 나로서도 살얼음을 딛고 있는 형국이다. 더군다나 근래에는 옥션이라는 경매시장이 국내에도 여러 개가 출현했다. 과거에는 화가가 창의적 활동을 하는 예술가로 대접받았지만 이제는 미술시장에서 판매가 되는 제품 제작자로서 검증도 거쳐야 하는 시대다.

김창태 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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