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경북 칠곡 선친의 공원묘지를 찾은 안상현(33)씨는 '연고자의 연락을 기다린다'는 내용의 푯말이 부쩍 늘어났다며 씁쓸해했다. 묘지 옆에 꽂힌 플라스틱 재질의 푯말은 오랜 기간 연락이 닿지 않아 관리비가 체납된 묘지를 가리키고 있었다. 안씨는 "후손이 찾지 않은 것으로 보이는 묘가 해가 갈수록 늘어나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말했다.
추석 성묘가 한창인 가운데 돌보는 이 없이 버려지는 무연고 묘지와 관리비 체납 묘지가 늘어나고 있다. 경북 칠곡 현대공원묘지의 경우 전체 묘지 2만여기 가운데 가족·후손들의 연락이 닿지 않는 '무연고 묘지'가 1천여기(5%)에 달한다. 또 4년 이상 관리비(평당 8천원)를 내지 않은 미납관리묘도 1천여기(5%)에 이른다고 했다. 이곳 노정현 총무부장은 "미납관리묘가 되기까지 적어도 8차례 정도 유가족들에게 관리비 통지서를 보낸다"며 "'묘 연고자는 관리사무소에 연락해달라'는 내용의 푯말을 꽂아놓으면 이 중 90%는 연락이 오지만, 나머지는 묵묵부답"이라고 했다. 관리비 체납 묘지들은 연고자들이 이사 등으로 주소지를 옮겼거나 이민을 가 연락이 끊긴 경우도 있지만, 관리비를 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는 게 공원묘지 측의 설명이다.
7천800여기가 안장된 경산공원묘원은 연간 2천200만원 정도의 관리비를 받지 못하고 있다. 이곳 김석주 소장은 "5년 이상 관리비를 내지 않으면 장기미납관리묘로 관리하는데 전체의 10% 정도가 미납관리묘"라고 말했다. 묏자리 묘소 1기(10㎡ 안팎)에 2만4천원을 연간 관리비로 받고 있는데 수납용 지로용지를 보내도 '수취인 불명'으로 되돌아오는 경우도 400여통이나 된다고 했다. 김 소장은 "심지어 10년 이상 관리비를 내지 않고 있는 이들도 200기 가까이 된다"고 귀띔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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