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대구 용계동 인근 2천여가구, 50년째 좁은 골목길 사용

좁디좁은 마을진입로 언제 트이려나

▲ 대구 동구 신평동, 용계동 주민들은 자동차 교행도 할 수 없는 좁은 골목길을 마을 진입로로 50년 가까이 쓰면서 철길 무단횡단 등 불편과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윤정현 인턴기자
▲ 대구 동구 신평동, 용계동 주민들은 자동차 교행도 할 수 없는 좁은 골목길을 마을 진입로로 50년 가까이 쓰면서 철길 무단횡단 등 불편과 위험에 노출돼 있다며 대책을 호소하고 있다. 윤정현 인턴기자

"도심 속에, 그것도 2천여 가구나 살고 있는 마을 진입로 폭이 불과 2m 남짓하다면 믿으시겠습니까?"

9일 오후 대구시 동구 용계동 지하철 용계역 인근. 안심로를 따라 동촌에서 시내 방향으로 진행하다 오른쪽으로 꺾인 마을 진입로로 들어섰다. 승용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소로(小路). 행인들이 벽에 붙어 서서 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려야 할 정도로 좁았다. 이런 길이 약 200m 계속됐고, 이어 차량 교행이 겨우 가능할 정도의 길이 600여m가량 이어졌다. 좁은 진입로에는 다가구주택이 끊임없이 계속됐다. 소방차는 들어설 수조차 없는 좁은 길이었다.

주민 강신관(42)씨는 "동구 신평동, 용계동 주민들은 이 좁은 골목길을 마을 진입로로 50년 가까이 쓰고 있다. 농로로 둘러 다니고 철길을 무단횡단하며 대로변의 지하철, 버스승강장을 이용하고 있다"며 "지하철 용계역까지 5분이면 될 것을 20, 30분씩 걸린다"고 하소연했다.

동구 신평동, 용계동 진입로 경우 800여m의 좁은 골목길 이외에는 대로변으로 빠져나가는 길목 하나 없었다. 대구선 철로 이설로 자갈만 깔린 철로는 철길 진입을 막은 울타리 철사를 끊어내고 길을 텄고, 주민들은 오고 가는 차량과 주차된 차량 사이를 곡예를 하듯 걸어야 했다.

동구청·주민들에 따르면 이곳은 1987년 도로계획선이 그어질 당시 남북으로 길이 250m, 폭 12m의 도시계획 도로가 계획됐던 곳. 실시설계까지 진행됐지만 대구선 이설사업계획이 발표되면서 미뤄졌다. 하지만 대구선 이설 이후 동구청은 예산부족을 이유로 도로 개설이 요원하다고 밝히면서 20년을 기다린 주민들의 숙원사업은 물거품으로 돌아갈 위기에 처했다. 현재 이 좁은 마을진입로를 이용하는 주민은 2천여가구에 3천500명가량이다. 주민들은 마을 도로개설 추진위원회를 구성해 구청, 대구시, 의회 등에 수차례 청원하고 있다.

은기수(63)씨는 "20년 이상 대구선 이설사업만 기다렸던 주민들의 고통이 극에 치달았다"며 "대구선 이설 후 이곳을 자전거 도로가 있는 공원으로 조성한다는데 정작 필요한 것은 쉽게 오갈 수 있는 마을 진입로"라고 못박았다. 한 아주머니는 "전투기 소음의 가장 큰 피해지역인 이곳이 멀쩡한 진입도로 하나 없이 언제까지 고통을 감내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흐느끼기도 했다.

하지만 동구청은 안심로에서 접속되는 이곳 마을진입로가 좁아 주민들의 통행 단절로 인한 교통불편이 큰 것은 인정하지만 예산 부족으로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동구의회도 진입도로 개설 필요성과 시급성은 인정하면서도 재정여건을 이유로 해결이 어렵다고 주민들에게 통보했다.

동구청 관계자는 "국비지원 없이 구청 자주재원으로는 당장 마을 진입로 개설이 어렵다"며 "20억원가량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는데 국비 보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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