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시각장애인 직접 사용 '점자복지카드' 대구 첫 선

"점자 복지카드, 시각장애인 복지를 위한 일보 전진이죠."

시각장애인 김모(54)씨는 장애인복지카드를 내놓아야 할 일이 있을 때마다 다른 사람의 도움을 빌려야 했다. 여느 카드와 동일한 사이즈로 만들어져 식별이 어려운 데다, 정작 김씨는 그 카드 안에 담겨있는 내용을 볼 수 없기 때문이었다. 김씨는 "명색이 '장애인복지카드'지만 본인이 무슨 내용이 담겨 있는지 볼 수 조차 없다는 게 답답하다"며 "다른 사람에게 보여줄 때는 개인정보 유출의 가능성도 높아 범죄에 악용될 위험도 있다"고 했다.

이런 가운데 대구 남구청이 11일부터 대구에서 처음으로 점자가 표기된 투명스티커를 부착한 점자 복지카드를 발행키로 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 투명스티커에는 장애인의 성명과 장애유형, 장애등급이 점자로 표기돼 있다.

남구청 복지지원과 관계자는 "장애인복지카드는 주민등록증과 같이 조폐공사에서 일괄 제작하다 보니 구청에서 자체적으로 점자카드를 발급하기는 어렵다"며 "시각장애인들의 편의를 위해 임시 방편으로 점자 스티커를 부착하는 방법을 고안했다"고 설명했다.

앞으로 신규등록 장애인들은 장애인복지카드를 받을 때 '점자복지카드'로 발급받게 되며, 이전 소지자들은 오는 25일까지 주소지 동 주민센터를 방문하거나 전화로 신청하면 점자카드로 교체 가능하다. 현재 남구청에 등록돼 있는 시각장애인은 모두 950여명으로 그 중 시각으로 문자를 인식할 수 없는 1, 2급 장애인은 170여명 정도다.

장애인복지카드는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시각장애인이 식별하기 어려워 '장애인차별'이라는 시정권고를 받은 바 있지만, 보건복지가족부가 위·변조 방지요소와 글자가 표기된 공간 외에 점자표시가 가능한 물리적 공간이 부족하다고 해 실행되지 못했다.

시각장애인협회 사무국 여샛별씨는 "임시방편이나마 시각장애인들의 불편을 덜 수 있어 다행"이라며 "주민등록번호 등 주요 내용의 점자 표기는 빠져 있어 앞으로 보완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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