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림의 정신이 오롯이 살아있는 안동은 먹을거리에서도 옛 선비들의 생활과 얽힌 일화를 담고 있는 음식들이 많다. 게 중 특히 헛제사밥과 건진국수는 안동을 대표하는 전통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
◆헛제사밥
이 음식의 유래는 두가지설이 있다. 유명 서원이 많은 안동에서 유생들이 쌀이 귀한 시절 제사음식을 차려놓고 축과 제문을 지어 풍류를 즐기면서 거짓제사를 지낸 후 제수음식을 나눠먹었다는 설과 평소 제사를 지낼 수 없던 평민들이 쌀밥을 먹고 싶어 그냥 헛제사음식을 만들어 먹는 데서 시작했다는 설이 있다.
안동시 상아동 안동댐 옆 '까치구멍집'은 헛제사밥 음식의 원조 격에 해당된다. 30년 경력의 주인 서정애(55)씨가 최상의 재료를 이용, 양념 없이 재료 본래의 맛을 살린 헛제사밥 상차림을 내놓고 있다.
일반 헛제사밥(7천원)과 양반상(1만1천원) 두 종류의 헛제사밥이 제공되는데 이중 양반상 상차림을 보면 큰 사발에 갖은 나물을 담아 밥을 비벼먹도록 하며 탕과 밥이 나오면서 제기접시엔 어물, 육류, 산적과 같은 전과 간고등어, 두부, 명태, 쇠고기적, 돔배기 등이 올려지고 조각낸 찐달걀이 고명처럼 올라간다. 음식의 맛은 제철 나물을 주로 사용해 정갈하고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너른 내부에 들면 한옥풍의 실내 인테리어가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특히 헛제사밥을 다 먹고 내놓는 후식인 식혜는 고춧가루 푼 붉은 물에 잘게 썬 무와 생강, 고두밥을 72시간 정도 삭힌 것으로 시원하면서도 새콤한 별미의 맛이 소화흡수와 숙취해소에 그만이다.
상아동 일대에만 까치구멍집 외 11곳의 헛제사밥과 간고등어정식 식당이 있어 안동의 대표음식을 맛보기에 안성맞춤이다.
까치구멍집 (054)821-1056, 헛제사밥촬영장식당 (054)823-1500, 귀빈촌식당 (054)823-1500, 초가산간 (054)823-7070, 추임새파크 (054)853-4001, 옥류정 (054)854-8844, 안동민속음식의집 (054)821-2944, 옛고을 (054)821-0972, 왕건 (054)821-6440, 도원헛제사밥 (054)823-3456, 안동민속음식점 (054)843-2108
◆안동국시
안동국시는 여름철 별미인 건진국수와 겨울철 별미인 누름국수가 있다. 건진국수는 밀가루와 콩가루를 거의 같은 비율로 섞어 홍두깨로 얇게 밀어 물에 삶아 낸 다음 찬물에 여러번 헹궈 사리를 만들며 누름국수는 애호박이나 채소를 넣고 장국에 삶아 먹는다.
안동시 북문동 웅부공원 옆 먹을거리 골목에 있는 '안동국시'집은 안동시내에서 몇 안 되는 안동국시 전문점이다. 이 집은 진천 송씨 종부로 시집 온 주인 김유조(50)씨가 30년 가까이 이곳에서 손이 많이 간다는 건진국수와 누름국수를 전통방식대로 밀가루와 콩가루를 3대1로 섞은 밀반죽은 홍두께로 밀어 중간 굵기로 썰어 건진국수와 누름국수를 손님들 앞에 내놓고 있다. 김씨의 국시 만드는 솜씨는 안동 김씨 집안의 시어머니로부터 배웠다.
"예전 여름엔 갑자기 손님이 들이닥치면 식구끼리 먹으려 밀던 밀반죽을 한 번 더 얇게 밀면 손쉽게 국시 한 그릇 분량이 더 나오곤 했지요."
그래서 인지 이 곳 건진국수는 특히 면발이 얇고 쫄깃한 맛이 더한다. 또 장국은 멸치국물을 쓰면 내장에서 쓴 맛이 우러나오기 때문에 말린 밴댕이와 다시마'양파'대파'무로 시원한 장국을 우려내 사용하므로 면발은 구수하고 장국은 개운한 것이 특징이다.
밀가루를 잘 소화하지못하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체질을 배려해 조밥과 쌈채소, 곱게 간 꽁치젓갈이 따라 나온다. 싱싱한 채소에 조밥을 얹고 꽁치젓갈을 조금 떠 쌈을 싸 먹는 맛 또한 별미 중의 별미이다.
건진국수, 누름국수 4천500원.
우문기기자 pody2@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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