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영주풍기인삼축제]왜 풍기인삼인가

중국 전칠삼·미국 화기삼 "훠이 물렀거라!"

"세계 최고의 풍기 인삼!" 풍기나들목에 접어들면 온통 '인삼' 팻말이다. 초행이라도 '풍기인삼'이란 말이 절로 떠오를 정도. 우리나라에서 처음으로 인삼을 재배한 풍기에서는 현재 880여 농가가 436ha에 걸쳐 인삼을 재배하고 있는 가운데 인삼시장과 인삼조합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돌아가면서 그야말로 인삼의 본향으로 뿌리내릴 수 있었다.

풍기인삼에 대한 첫 기록은 삼국사기에 남아 있다. 서기 734년 (신라 성덕왕33년) 당 현종에게 하정사를 보내 풍기산삼 200근을 선물했다는 내용이다. 밭에서 인위적으로 재배한 인삼이 대량 출현한 때는 조선시대부터다. 중종 무렵 풍기군수로 부임한 주세붕 선생이 산삼 종자를 채취, 본격적으로 인삼 재배를 시작했다. 풍기인삼이 미국의 화기삼, 중국의 전칠삼 등 다른 나라 삼 보다 확실하게 좋은 이유는 인삼 생육에 적합한 지리적 여건을 가진 때문이다. 풍기인삼이 많이 재배되는 경작지의 위도는 북위 36~38도로 다른나라 삼(蔘)의 생육기간(120~130일)보다 50~60일이나 더 길다.

인삼의 발육기간이 길기 때문에 내부조직이 단단하고 치밀하며 인삼 고유의 향을 오래 간직할 수 있는 것. 영주농업기술센터 우팔용 인삼특약 담당은 "풍기인삼은 9월 초부터 벌써 수확하는 다른 지역과 달리 축제기간(10월 1~5일)에 집중적으로 캐기 시작한다"며 "발육상태가 다른 삼보다 훨씬 낫다"고 말했다.

풍기인삼은 또 타 지방 인삼과 다른 독특한 특징으로 유명하다. 약탕기에 끓여 재탕, 삼탕을 해도 물렁하게 풀어지지 않고, 같은 분량을 달여도 다른 인삼보다 농도가 훨씬 진하다. 인삼을 넣어둔 방문만 열어도 향기가 짙게 풍기고 육질이 단단하다. 풍기인삼을 규칙적으로 복용하면 혈압조절과 간장보호에 도움되고 암과 당뇨 예방'치료에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이같은 풍기인삼은 국내 다른 인삼시장처럼 수삼'백삼'홍삼으로 나눠 팔리고 있다. 다같은 인삼이지만 수삼은 밭에서 캐낸 그대로의 삼을 말하고, 주로 4년근 수삼을 말린 것이 백삼, 수삼을 증기로 찐 뒤 말린 것이 홍삼이다. 이 가운데 국내 인삼시장을 지배하는 품목은 단연 홍삼이다. 인삼의 효능을 좌우하는 가장 중요한 성분은 '사포닌'인데, 수삼을 증기로 삶아 홍삼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이화학적 변화에 의해 사포닌 수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보통 수삼에는 사포닌 성분 수가 17~19가지지만 홍삼의 사포닌 성분 수는 35~38가지나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여기에 보관하기 좋고 가공하기 쉬운 특성이 기업들의 대량 생산 체제에 맞아떨어지면서 갈수록 홍삼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풍기 또한 웬만한 중소기업 못지 않은 영농조합법인이 속속 생겨나 홍삼을 대량 생산하고, 수백 개가 넘는 가내 수공업 업체들이 속속 합세하고 있다. 이같은 풍기홍삼 역시 타지방 홍삼보다 뛰어난 품질을 자랑하기는 마찬가지. 수삼의 질이 좋아야 홍삼의 질이 좋은 까닭이다. 인삼을 재배하는 토양과 자연환경은 풍기만한 곳이 없고, 풍기인삼(수삼)은 조선시대부터 조정의 사랑을 독차지해 왔다.

이상준기자 all4you@msnet.co.kr

사진 정재호기자 new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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