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내가 본 탈춤-도영심 UN 세계관광기구 STEP재단 이사장

"1990년 중반쯤 하회탈놀이를 처음 봤을 때 가슴이 멎는것 같았어요. 진흙탕 속에 박혀있던 보석을 찾은 느낌이었어요. 그 일이 지금의 세계적인 탈춤페스티벌을 만드는 바탕이 됐죠"

하회마을 한 모퉁이 허름한 전수관에서 처음으로 봤던 하회별신굿탈놀이의 신명과 건강한 감동을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이라는 세계적 축제로 만들어 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도영심 UN 세계관광기구 STEP재단 이사장.

도 이사장은 오랜 미국생활을 마치고 한국으로 돌아와 하회마을 영어캠프에 참가했다가 우연히 하회탈춤을 만나게 됐다. 당시 하회탈춤은 몇몇의 고집스런 춤꾼들에 의해 명맥이 유지돼 왔으나 이렇다할 빛을 보지 못한 채 홀대받다시피 했다. 때문에 탈춤꾼들의 열정과 전승·발전에 대한 목마름은 더 깊어만 가던 시기였다. 하회탈춤을 처음으로 본 도 이사장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40여분 남짓 공연시간이 소름이 끼칠 정도의 감동이었다. "아니 이같은 세계적 문화유산이 안동 구석에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도 이사장은 상경해 정부 부처관련 인사와 정치인들을 만나는 등으로 하회탈춤의 세계화에 팔을 걷어 부쳤다. 미국 워싱턴 케네디센터 공연이 이뤄지고 워싱턴포스트지에 알려져 이내 하회탈춤이 세계적 관심거리로 떠 오르면서 '한국의 탈춤이 세계속에서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그리고 도 이사장은 고집스런 몇몇 문화 일꾼과 공무원들에게 한국에 흩어져 있는 탈춤꾼들을 모아 축제를 만들기를 권했고 1997년 10월 1일 '탈춤페스티벌 97'이 열린 것. 올 해로 12회째를 맞는 탈춤축제는 순수민간주도로 열린다. 이 때문에 올해 축제는 그야말로 관광객과 주민들이 축제판 곳곳에서 참여하고 스스로 주체가 된다.

이와관련, 도 이사장은 "축제를 세계화하고 현대적 관광성향에 따라 변화시킨다 해도 마지막까지 지켜야 할 것은 안동, 한국적인 문화요소다. 가장 향토적인 문화를 잃지 않아야 최고의 세계적 문화축제로 거듭날 수 있다"고 애정어린 충고를 한다. 지금까지 탈춤축제가 성장해 올 수 있었던 것도 탈과 탈춤이라는 가장 안동적이고 한국적 요소를 잃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도 이사장은 "전국의 100여개가 넘는 지방축제 가운데 유일하게 모방이 불가능하고 중복 개최할 수 없는 것이 탈춤축제다"면서 "이는 탈과 탈춤이 가지고 있는 세계문화유산적 힘이다"고 말한다.

도영심 이사장은 요즘 UN STEP재단을 통해 안동에서 성공했던 '가장 향토적 문화를 세계적 상품'으로 만드는 일을 하고 있다. STEP재단은 UN 세계관광기구 산하에 마련된 기구로 '지속가능한 관광을 통한 빈곤퇴치'사업을 진행해 오고 있다. 하루 1달러도 않되는 생활비로 가난에 허덕이는 지구촌의 10억명 빈곤층들을 2015년까지 절반으로 줄이기 위해 49개 극빈국에서 다양한 관광분야 지원사업에 나서고 있는 것.

"빈곤국 원주민들의 진혼제가 하나의 축제상품이 되고, 이를 통해 소득을 얻어 가난을 벗어나게 하는 사업을 할 것입니다. 이는 하회탈춤이 안동을 먹여살리는 역할을 하는데서 성공사례를 찾을 수 있다"는 도영심 이사장은 세계화는 가장 한국적이고 토속적인 문화속에서 찾아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안동·엄재진기자 2000jin@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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