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푸근한 한가위] 우리가 몰랐던 명절 이야기

솔바람이 제법 쌀쌀한 게 어느새 가을이다. 수확의 계절이자 민족 최대의 명절 한가위 소식에 마음 설레는 시기이다. 올해 한가위는 9월의 반이 넘지 않았는데 급하게도 찾아왔다. 추석 당일이 일요일이라 유난히도 짧은 추석연휴에 귀향 포기도 늘었다는 소식이 들린다. 새해 벽두부터 시작한 고환율·고유가·고물가에 차례상 차림도 여의치 않단다. 단기 4341년 음력 8월 15일 찾아오는 한가위에 대한 궁금증을 알아봤다.

◆가장 빠른 추석, 가장 늦은 추석

올해 추석은 9월 14일. 지난해(9월 25일)에 비해 상당히 빨리 온 셈이다. 그러나 추석이 양력 9월 15일 이전에 온 경우는 예전에도 있었다. 2003년에는 9월 11일이었고, 2000년에는 9월 12일이 추석이었다. 한국천문연구원(www.kasi.re.kr)에 따르면 이론적으로 양력 9월 1일이 한가위날이 될 수도 있다.

계산법은 이렇다. 태양태음력 제1원칙에 의하면 하지는 음력 5월에 넣도록 돼 있다. 여기에 음력 6월과 7월이 각각 29일까지 있는 작은달이라고 가정한다. 그러면 추석인 음력 8월 15일은 하지로부터 73일(29일+29일+15일)이 지난 시점이 된다. 하지는 양력으로 6월 21일경으로 6월 20~22일 사이에 온다. 이 경우 추석은 아무리 빨라도 6월 20일로부터 73일 지난 시점인 양력 9월 1일이 된다. 2050년까지 가장 이른 추석이 오는 해는 2014년과 2033년으로 양력 9월 8일이 추석날이다.

현재와 역법(歷法)체계가 달랐던 조선시대에는 추석이 8월에 온 때가 무려 20차례나 된다. 추석이 가장 빨랐던 것은 1520년으로 양력으로 환산하면 8월 27일이었다고 한다.

반면, 가장 늦은 한가위는 언제일까? 같은 식으로 계산해 보면 하지가 6월 22일일 때, 6·7월이 각각 큰 달(30일)일 경우 75일(30일+30일+15일)이 지난 양력 9월 3일이 된다. 그러나 윤달이 끼이게 되면 여기에 큰 달 30일을 더해 10월 3일 추석이 된다. 그러나 실제 연구원 홈페이지의 '특정 음력일 찾기' 서비스로 계산해 보면 오는 2025년 추석은 10월 6일이다. 1919년 추석은 10월 8일이었다. 연구원의 관계자는 이에 대해 "천체 움직임에 따라 달라질 수 있는 것이며 여기에 특별한 이론은 없다"고 설명했다.

◆추석에 풀리는 돈 얼마나?

추석은 최대의 '대목'이다. 봄 의류보다 비싼 겨울 의류가 판매되기에 매출액도 더 많을 수밖에 없다. 올 한가위에도 '추석 특판'에 판매 담당자들은 물론 일반 직원들도 업무를 중단하고 판매장에서 일손을 거들고 있다. 차례상에 오르는 농림수산물이며 귀성객들의 손에 들린 각종 선물은 바로 매출 결과로 나타난다.

추석기간 동안 시중에 풀리는 돈도 엄청나다. 한국은행은 설·추석 명절 이전 10영업일 동안 금융기관을 통해 자금을 시중에 공급한다. 지난해 한국은행의 설·추석 전 화폐발행 자료를 보면 화폐 순발행액은 각각 약 4조3천억원으로, 지난해 화폐 순발행액(약 35조원)의 12%씩을 차지했다. 양대 명절을 전후해 지난해 한국은행 발행권의 5분의 1 이상이 시중에 풀린 것이다. 차례주로 쓰이는 경주법주만 해도 지난해 명절 판매량이 16만상자로 전체의 65%에 이른다. 자그마치 128만병(700㎖ 기준)에 달하는 어머어마한 양이다.

IMF 외환 당시에 버금가는 경기침체 여파로 올 추석에는 '명절 특수'가 없을지도 모른다. 하나로마트를 운영하는 농협대구본부의 한 관계자는 "대구경북 지역의 경우 특히 판매가 많이 줄었다"며 분위기를 전했다. 재래시장과 동네 슈퍼마켓 상인들은 소비심리 위축으로 썰렁한 명절을 맞고 있다. 백화점 소비 형태는 극과 극을 달리고 있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중간가 구매층이 싹 사라졌다. 3만~5만원 상품 구매층이 1만~3만원의 저가품를 구매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이런 차례상 음식도 있다

산이 많은 지형상 각 지역색이 독특한 우리나라는 지역마다 차례상에 오르는 음식도 차이가 있다. 경북지역의 차례상에는 상어 고기인 '돔배기'가 오른다. 돔배기는 '토막고기'를 뜻하는 사투리가 굳어진 말. 상어고기를 소금으로 절여 포를 뜬 다음 꼬지에 꿰어 제사상에 올린다. 참상어와 청상아리, 귀상어 등이 사용되는데 '양제기(제수용으로 좋다는 뜻)'라 불리는 귀상어가 가장 고급이다. 고등어찜도 있다.

경남지역의 차례상은 해산물 산적과 돼지고기 수육, 부추전이 특색이다. 다른 지역보다 생선의 비중이 큰 편인데, 다양한 종류와 고급어종을 올리는 것을 중요하게 여긴다. 충청지역에서는 김 구이, 삶은 계란, 찹쌀 부꾸미 등이 오른다. 충청지역에서 삶은 계란을 올리는 것은 원래 꿩고기를 올려야 하지만 여의치 않을 경우 닭고기를, 이마저도 못 구할 경우 계란을 올린 풍습이 굳어졌기 때문으로 알려져있다. 전남지역의 특별한 제수로는 홍어찜과 꼬막을 들 수 있다. 제주도에서는 빵과 파인애플도 올린다는 것도 많이 알려진 사실이다. 송편도 지역마다 모양이 다르다.

◆사이버 성묘도 출현

세상살이가 변하는 만큼 추석 차례 지내는 법도 변했다. 자식이 출가해 있는 곳으로 부모가 찾아가는 '역귀성'은 이제 흔한 일이 됐다. 이번 추석처럼 명절 연휴가 짧을수록 이런 일은 더 많이 생긴다. 연휴를 맞아 아예 관광지에서 차례를 지내기도 한다. 괜스레 힘들여 제수 준비할 필요 없이 전통 제수 차림 전문점에서 주문만 하면 되니 큰 부담도 없다. 최근에는 각종 IT장비를 이용해 명절을 지내는 경우도 많아졌다. 이른바 '디지털 한가위족'의 출현이다.

이들은 묘소로 향하는 긴 차량 행렬에 끼지 않는다. 언제 어디서든 인터넷에 마련된 사이버 추모공간에서 조상의 묘 앞에서 참배를 할 수 있다. 각 지역의 시설관리공단에서는 ▷사이버 추모의 집(서울) ▷영락공원 추모의 집(부산) ▷사이버영락원(대전) 등을 운영하고 있다. 고인의 생전 모습을 담은 동영상을 볼 수 있는 곳도 있다. 추모객들은 고인의 영정 앞에 꽃을 놓는 등 현실과 똑같은 차례·성묘 분위기도 낼 수 있다. 편리성 때문에 이용자들이 늘고 있다. 대전 시설관리공단 장묘센터는 영혼우체국도 운영 중이다. 고인을 위한 추모의 글을 남기는 가상공간이다.

최근 방송된 3세대 이동통신 광고 중에 일이 바빠 제사에 참석 못하는 한 회사원이 동영상폰을 통해 제사상에 절을 하는 것이 있었다. 한 이동통신 회사에서는 이번 추석에 부모님께 보내는 '영상편지' 무료 이벤트까지 마련했다. 통신기술의 발전이 바꿔놓은 우리네 추석 풍속도다.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 앞으로 10년 추석 언제일까 (출처:위키피디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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