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명절 집안싸움 원인은 뭘까?

추석연휴가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평소 만나지 못했던 친지를 만나 조상께 차례를 지내며 풍성한 한때를 보내는 추석. 하지만 추석이 모든 이들에게 반가운 것만은 아니다. 고향을 향해 길게 늘어선 차량 행렬과 집안일의 남녀차별, 과도한 지출 등을 생각하면 짜증이 밀려오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일까? 명절 때마다 매스컴을 통해 우격다짐을 한 가족들이 소개되기도 한다. 어린이 만화 전문 케이블인 '투니버스'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어린이 회원 2천68명 중 25%가 '없어져야 할 명절 모습'으로 '집안 싸움'을 꼽았다.

▶'양가에 머무는 시간' 최대 마찰 원인

재혼전문 결혼정보회사 온리-유는 최근 재혼 희망자 524명(남녀 각각 262명)을 대상으로 '명절 때 발생하는 부부간 마찰 원인'에 대해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양가에 머무는 시간 배분 문제'가 28%로 가장 높았다. 남자는 '양가 중 어디를 갈까'(24.9%)와 '제수 비용 및 용돈 지급 문제'(19.3%)를 부부 마찰의 원인으로 생각했다. 반면 여자는 '특정인에 치우친 가사노동'(25.6%)과 '성별로 편중된 명절 준비'(22.4%) 등을 마찰 원인으로 손꼽았다.

최대 마찰 원인으로 지적된 체류시간의 경우 남자와 여자가 서로 달랐다. 남성의 43.6%는 '친가와 처가에 머무는 시간'이 반반이라고 답한 반면 여성의 45.5%는 '명절 때 시가 위주'로 시간이 배분된다고 답했다. 부부간 가사노동 경중에 대해선 여성의 100%와 남성의 83.4%가 '여성 노동량이 많다'고 응답했다.

부부간 마찰 원인 외에도 시어머니가 갈등의 원인으로 부각되기도 했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는 지난달 26일부터 3천18명을 대상으로 '시어머니, 이럴 때 가장 서운하다'라는 주제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시어머니가 시누이 올 때까지 기다렸다 친정가라고 말할 때'가 33%로 가장 높게 조사됐다. 또 '시어머니가 맞벌이하는 며느리에게 아들 얼굴이 반쪽이 됐다 타박줄 때' 31%의 며느리가 서운해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아들 얼굴만 보면 여기저기 아프다고 할 때'와 'TV보는 시누이한테 과일 깎아주라고 할 때'가 각각 16%, 11%를 차지했다.

명절 부부싸움의 원인으로는 '가사노동 스트레스'를 꼽는 응답자가 42%를 나타냈고 용돈과 선물 등 처가와 시가를 차별할 때, 내편 안 들어줄 때가 각각 29%, 16%로 나타났다.

▶왜 대형사건으로 커지나?

명절 때 발생하는 집안싸움이 종종 살인이나 폭력사태로 번져 가족 간 씻지 못할 상처로 남는 경우가 있다. 평소 나누지 못했던 안부를 묻고 가족 간 즐거운 시간을 갖는 명절인데도 싸움이 나면 대형 사건으로 커지는 이유가 뭘까?

전문가들은 '명절의 높은 기대치'와 '가족 간 위계질서', '정서적 갈등'이 문제의 핵심이라고 지적한다. 긴장의 연속인 사회생활을 하다 가족·친지가 한데 모여 시간을 보내는 명절이 다가오면 누구나 마음의 긴장을 풀게 된다. '집안에서라도 편하게 있자'라는 마음가짐이 가족 간 기본 예의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또 여자의 입장에선 '일만 해야 하는 명절', 남자의 입장에선 '자유로운 시간'이라는 인식이 고착화되면서 발생하는 역할 간의 괴리 역시 갈등을 증폭시킨다.

박용진 가족사랑 정신과 원장은 "법적 역할에 의해 만들어진 위계질서보다는 연배에 따라 서로 존중해주는 호칭을 사용할 것"을 권했다. 또 박 원장은 명절이 주는 긴장이완 효과를 지나치게 내재화시키지 말 것을 조언했다.

한편 '정서적 갈등'을 문제의 핵심으로 지적한 제석봉 대구가톨릭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갈등을 '관리'해야 한다고 말한다. 제 교수는 집안싸움에서 나타나는 갈등은 이성적인 판단을 바탕으로 한 인지적 갈등이 아닌 '사람'이 갈등의 핵심이 되는 '정서적 갈등'의 성격을 띤다고 진단한다. 시어머니나 시누이 등 사람 자체가 갈등이 될 경우 이를 치유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제 교수는 감정을 관리하는 기술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상대가 변할 것을 기대하지 말고 스스로 감정을 조절하며 현실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이다.

정현미기자 bor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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