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늦더위에 한가위 풍속도 바뀐다

11일 칠성시장에 장을 보러 나온 주부 강춘자(49·대구 북구 고성동)씨는 "음식 하기가 겁난다"고 했다. 예전보다 가격이 올랐기도 하지만 날씨가 워낙 덥다 보니 음식이 상할 우려가 높아 많이 장만할 수 없다는 것. 강씨는 "전의 종류를 줄여 딱 한 접시 분량만 준비할 예정"이라며 "더운 날씨에 불 앞에서 음식 만들 일도 걱정이지만 보관이 더 큰 걱정"이라고 했다.

한가위 연휴가 코앞에 다가왔지만 30℃에 육박하는 늦더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올해 대구경북의 한가위는 1996년 이래 가장 무더운 추석 명절이 될 것이라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10일에는 낮 최고기온이 30.4도, 11일에는 31.2도까지 치솟았다.

올해 추석이 유난히 더운 이유는 뭘까. 우선 올해 추석은 예년보다 10일가량 이른데다 늦더위까지 겹쳤기 때문. 올해 9월 상순(1~10일)의 평균기온은 29.2도로 평년보다 1도가량 높다. 평년보다 일조시간은 1시간가량 많고(6.3시간), 강수량은 3분의 1 수준(1.3㎜)에 머물렀다.

하지만 단지 올 추석이 이르다는 것만으로는 '더운 명절'을 설명하기 어렵다. 1988년부터 2007년까지 20년간의 역대 추석을 보면 올해(14일)보다 추석이 같거나 더 빨랐던 적이 5차례나 있었지만, 올해만큼 덥지는 않았다. 올 추석보다 더 더운 추석도 있었다. 1996년 추석(9월 27일)은 올해보다 추석날이 늦었지만 낮 기온이 31.7도까지 치솟았다. 최악의 무더위를 기록했던 1994년 추석(9월 20일)에는 30.5도까지 올랐다.

대구기상대는 "이동성 고기압의 영향으로 바람과 구름이 없는 날이 계속되고 있다. 이달 말까지는 낮기온 25도 안팎의 더위가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늦더위는 추석 풍속도까지 바꾸고 있다. 제사상 차림에 오르는 음식들도 달라지고 있다. 올 추석의 경우 햇과일 출하 시기를 앞지르면서 9월 중순 이후에 본격 출하되는 부사(사과)는 시중에 나오지도 못했다. 때문에 올해 제수·선물용 사과는 홍로, 홍옥 등 다른 품종이 대신하고 있다. 롯데·신세계백화점은 지난해 추석(9월 25일)에 사과 선물세트의 20~30%를 부사로 구성했지만 올 추석에는 전량 홍로로 채웠다.

감도 찾아보기 힘들다. 국내 최대 단감 산지인 경남 김해시 진영에서는 현재 단감이 거의 생산되지 않고 있다. 김양순(66·동구 신천동)씨는 "손자들이 좋아해 감을 구하고 싶었지만 아무리 시장을 돌아봐도 찾을 수가 없다"며 "제사상에는 지난해 생산된 냉동 곶감을 사용해야 할 형편"이라고 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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