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넉넉한 한가위', '보름달'이란 말만 들어도 지긋지긋합니다."
초교 교사 이모(41·북구 태전동)씨는 지난주부터 휴대폰 문자 메시지 알람 소리를 무음(無音)으로 해놓았다. 추석 안부를 전하는 정체불명의 문자 메시지가 쇄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씨는 "수업·회의 시간 등 시도때도 없이 울리는 문자 알람 탓에 난처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며 "오늘 하루에만 벌써 20여통에 달하는 추석 안부 문자메시지를 받았다"고 했다.
회사원 김모(39)씨도 밤낮을 가리지 않고 날아드는 문자 메시지에 휴대폰을 수시로 확인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 김씨는 "쏟아지는 문자 메시지 때문에 수신용량 초과가 되기 일쑤다"고 말했다.
명절인사를 문자메시지로 대신하는 세태가 자리 잡으면서 무차별적으로 날아드는 문자 메시지가 '공해' 수준이다. 붕어빵 찍 듯 같은 내용의 문자 메시지는 발신자는 물론 수신자 이름도 없는 '동보(同報) 메시지'인 탓에 성의는 고사하고 불쾌감마저 주고 있다.
보험업계에 종사하고 있는 이모(33)씨는 "회사 프로그램을 이용해 추석 안부 문자를 고객들에게 하루 평균 800여건 이상 보내고 있다"며 "명절 성의보다는 고객관리차원에서 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과 KTF, LG텔레콤 등 이동통신 3사에 따르면 지난해 설과 추석 연휴 기간 동안 하루 평균 4억여통의 문자메시지가 발송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말 기준 가입자가 총 4천349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한명이 평균 10건의 문자메시지를 보낸 셈이다.
박인술(33)씨는 "명절 문자는 이모티콘 문자이거나 단체로 전송한 메시지가 대부분이다. 성의없이 보낼 바에는 차라리 안 보내느니만 못한 것 같다"고 말했다.
한번도 가본적도 없는 가전매장, 미용실, 쇼핑 몰 등에서 오는 문자 메시지는 또 다른 걱정을 낳기도 한다. 주부 이인영(37·달서구 상인동)씨는 "전혀 모르는 곳에서 명절 안부 문자 메시지가 오는 걸 보고 '내 번호를 어떻게 알았느냐'며 따지기도 했다"며 "'개인정보가 유출 된 것은 아닌가' 하고 염려스럽다"고 말했다.
통신회사 관계자는 "전화로 안부를 묻기에는 대상이 너무 많고, 우편으로 발송하는 것은 비용 부담이 많다 보니 명절 안부를 간단한 휴대폰 문자메시지로 대체하는 추세"라며 "명절이 다가오면 문자 메시지 이용량이 평일보다 30%이상 늘어난다"고 말했다.
임상준기자 zzu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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