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뭐하냐 질문 겁 안나요" 일자리 구한 지역대생 명절 표정

▲ 명절이 부담스럽기만 했던 류경조씨는 취업관문을 뚫은 이번 추석만큼은 즐겁다고 했다. 대구 한 대형소매점에서 첫월급으로 부모님 추석선물을 고르는 그의 표정이 무척 밝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 명절이 부담스럽기만 했던 류경조씨는 취업관문을 뚫은 이번 추석만큼은 즐겁다고 했다. 대구 한 대형소매점에서 첫월급으로 부모님 추석선물을 고르는 그의 표정이 무척 밝다. 정운철기자 woon@msnet.co.kr

취업 준비생들에게 명절은 반가운 대상이 아니다. 올 하반기 기업공채와 공무원 채용인원 감축 소식은 이들의 마음을 더욱 무겁게 한다. 그러나 꿈을 위해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쏟아부으며 바늘구멍 같은 취업 문턱을 넘어선 사람들의 이번 추석은 더없이 넉넉하다.

금융권 회사에 입사하는 것이 꿈이었던 계명대 졸업생 류경조(24·여)씨. 그는 취업이 현실로 다가온 3학년 봄에야 영어와 친하게 지내지 않았던 것을 뼈저리게 후회했다. 토익 시험 결과 성적표에 찍힌 점수는 580점. 취업의 1차 관문인 서류전형 통과도 힘든 점수였다. 영어학원, 학내 영어스터디 등 영어와 친해지기 위한 노력에 온 힘을 쏟았다. 하지만 700점대가 한계였다.

류씨는 3학년 1학기를 마치고 휴학했다. "6개월 동안 국내에서 영어 기초 다지기에 모든 시간을 쏟아부었지요." 결실은 찾아왔다. 영어에 대해 입과 귀가 열리기 시작했다. 실전 경험을 쌓기 위해 호주로 1년 동안 어학연수를 떠났다. 현지 랭귀지스쿨에서 레벨 테스트를 통해 한국인이 들어가기 힘든 케임브리지 코스반에 들어갈 수 있었다. 잠을 줄여가며 영어공부에 목맨 결실이었다.

그의 영어 실력은 원어민과 의사소통이 완벽할 정도로 늘었다. 호주의 한 마케팅 회사에서 영업직 사원으로 아르바이트도 했다. 1년 뒤 귀국하자마자 그는 토익시험을 쳤다. 예상대로 900점대를 훌쩍 넘겼다. 1차 서류전형 통과 승률이 높아졌다.

그러나 원하는 금융권 회사에는 10여차례 낙방의 고배를 마셨다. 하지만 영어 능통자를 원하는 외국계 회사에는 여러 번 쉽게 붙었다. 류씨의 피나는 노력은 지난 5월 서울의 한 외국계 회사 비서직 공채 합격이란 보상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꿈은 여전히 금융권 회사다. "요즘처럼 취업이 어려운 상황에서 힘들게 취직한 회사를 그냥 다닐까, 원하던 직장을 위해 도전을 계속할까 고심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젠 자신감이 붙었다. 고향에 내려온 그는 금융관련 자격증 취득 공부를 하고 있다. 처음 받은 월급으로 부모님께 드릴 추석 선물도 샀다. "몇 년 만에 느껴보는 즐거운 명절입니다." 추석 선물을 고르는 그의 표정이 밝기만 했다.

올 7월 구미 LG디스플레이에 입사한 허진훈(27·영남대 전자공학과 졸업)씨는 '불굴의 사나이'다. 남들보다 늦은 4학년 때부터 취업을 준비한 그는 1년 동안 입사지원서를 넣은 곳이 얼추 65곳이 넘는다. 웬만한 대기업에는 그의 입사지원서가 안 간 곳이 없을 정도.

학점은 3.35점으로 낮았지만 신기하게도 서류전형 합격률은 높았다. 하지만 면접이 문제였다. '충분히 준비했다' 싶었는데 결과는 낙방이었다. "워낙 많은 기업체에 무차별적으로 지원을 하다 보니 뚜렷한 목표나 해당 기업체에 대한 열정이 없다는 것이 감점의 요인이란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후 '인맥'을 활용했다. 목표 기업을 정한 뒤 무작정 인사부에 전화를 걸어 학교 선배를 찾아냈다. 해당 기업체에서 일하는 학교 선배들을 통해 그는 기업문화와 분위기, 면접 노하우 등을 쌓을 수 있었다.

경북대 법학과를 졸업한 배모(25·여)씨는 2학년 때부터 3단계 취업계획을 세웠다. 전공 공부가 적성에 맞지 않다고 판단한 그는 과감히 고시공부를 포기하고 대기업으로 진로를 정했다. 1단계는 기업체가 필요로 하는 스팩을 쌓는 것. 수업은 한번도 빼먹지 않았다. 영어 달인이 되기 위해 1년 휴학기간 동안 영어에만 몰두했다. 토익은 915점을 훌쩍 넘겼고, 학점은 4.13점이라는 경이로운 점수를 받았다.

2단계는 다양한 경험을 쌓는 것. 대학이 마련한 대부분의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해외 교환학생과 인턴십 프로그램, 해외문화체험, 방학 중 봉사활동 등. 학창시절 다양한 경험은 기업체 면접 현장에서 빛을 발했다. 마지막은 외모 관리였다. 헤어스타일 변화 등 외모 가꾸기에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면접관들이 학생티가 난다는 얘기를 한 적이 있었어요. 그후 여성스럽고, 성숙한 면을 보이기 위해 무진장 노력했지요. 좋아하던 바지와 운동화도 벗어던졌습니다." 그의 취업계획은 최근 STX 입사로 이어졌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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