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치권에서 논의되고 있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안(전국 230개 시군구를 70여개로 준광역화)에 대해 경북도는 '시대적 흐름에 전혀 맞지 않는 일'이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반면 대구시는 '신중하게 추진할 수도 있다'는 찬성 입장을 밝혔고, 기초자치단체인 지역 시군구에서는 저마다 찬반 의견이 맞서고 있는 가운데 상당수는 관망하고 있는 상태다.
경북도는 11일 이번 개편 논의가 ▷지방논리가 아닌 중앙논리로 접근하고 있다 ▷하드웨어(계층·구역)에 치중, 소프트웨어(기능배분)를 소홀히 하고 있다 ▷광역정부의 규모를 키우고 있는 세계화 추세에 역행하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권위주의적·즉흥적으로 접근하고 있다는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경북도는 또 "정치권의 도(道) 폐지론은 광역자치단체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지적하며 도는 중앙과 시군의 완충 역할을 비롯해 시군의 공동현안 해결, 시군 간 분쟁 해결, 시군 단위에서 처리가 불가능한 광역행정 수행 등 다양한 조정자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경북도는 이에 대한 대안으로 ▷중앙정부-도-시군 간의 기능 조정을 통한 제대로 된 분권형 국가체제 형성 ▷광역정부의 규모 확대와 기초자치단체의 단순화 ▷중앙 정치권이 아닌 주민·지방자치단체·전문가들에 의한 지방행정체제 개편 논의 등을 주장했다.
경북도 윤정용 행정지원국장은 "정치권의 논의는 세계적인 흐름에 역행하고, 1천년 이상 이어져온 도시군의 역사적인 측면을 완전히 무시하는 행위"라며 "정치권의 의도대로 지방행정체제가 개편되면 심각한 사회적 갈등을 일으킬 것"이라고 말했다.
대구시는 '신중한 추진은 가능하지 않겠느냐'며 원칙적으로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김범일 대구시장은 "신중하고 면밀한 준비를 거쳐 행정구역 개편의 장점을 살리면 된다"며 "다만 기본 정서와 환경이 판이한 지역을 인위적으로 통합하는 것은 무리가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기초단체에서는 대구 남구와 달성군, 경북 안동시, 군위군 등이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김휘동 안동시장은 "헌법 개정보다 어려운 문제로 논의는 가능하나 현실적으로 지방행정체제 개편은 힘들다"면서 "지방자치제의 근간을 흔들어 중앙정부의 예속을 가속화하는 일"이라고 했다. 임병헌 대구 남구청장은 "행정구역이 광역화되면 대민행정서비스 수준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반면 대구 중구·서구·북구·수성구와 포항·문경시, 의성군 등은 찬성한다는 입장이다. 박승호 포항시장은 "행정체제 개편은 행정단계를 축소한다는 의미인데 광역시의 구청과 도를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시군이 도를 거치지 않고 정부와 바로 교섭하면 행정의 효율성이 배가 될 것"이라고 했다.
김형렬 수성구청장은 "주민 의사와 여론을 정부에 신속하게 전달할 수 있어 찬성한다"며 "행정의 책임을 명확히 함과 동시에 낭비 요소를 제거해 행정의 능률을 향상시킬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 밖에 경산·영천시와 청도군 등은 이번 논의를 좀 더 지켜보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한편 연합뉴스가 최근 전국 19개 기초단체를 대상으로 이에 대한 의견을 물어본 결과, 60%에 가까운 11곳이 '원칙적 찬성' 입장을 밝혔다. 또 16개 광역단체 경우 대부분인 13개 시도가 반대했으며, 대구와 전북 등 2개 시도가 찬성했다. 서울시는 이 문제에 대해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김교성기자 kgs@msnet.co.kr 김재경기자 kj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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