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美 현직 부부교수가 전하는 유학이야기' 출간 이길식 교수

"영어만을 위한 조기유학 신중한 고려를"

▲ 이길식 교수는
▲ 이길식 교수는 "철저한 목표의식과 계획, 준비 등이 없이 자녀를 조기 유학 보내는 것은 위험한 도전"이라고 말했다. 전창훈기자

경기 침체에도 갈수록 조기유학이 늘고 있다. 하지만 '거름 지고 장에 간다'는 속담처럼 남들이 한다고 무턱대고 따라하는 것은 금물. 조기유학은 기대만큼이나 실패할 확률도 높기 때문에 무엇보다 신중한 판단이 필요하다.

미국 텍사스대학 이길식 교수는 지난해 '미국의 현직 부부 교수가 전하는 미국 유학 이야기'를 부인과 함께 펴냈다. 또 각종 유학 관련 설명회를 열거나 칼럼도 쓰는 등 유학과 관련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미국 현지 생활을 하고 있는 이 교수가 말하는 조기유학은 어떤 것일까.

이 교수는 조기유학에 다소 부정적인 시각을 갖고 있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그 이유에 대해 미국으로 조기유학을 떠나 잘못된 경우를 많이 봐왔기 때문이라는 것. "단순히 영어만을 잘하기 위해 조기유학을 보내는 것은 현명한 선택이 아닙니다. 미국은 더욱 그렇고 한국에서조차 영어 실력만으로 취업이 보장되던 시절은 이제 갔지요. 자녀를 국제 경쟁력을 갖춘 엘리트로 키우고 싶다면 초등학교나 중학교 때 보내는 것이 바람직하고요." 그만큼 조기유학은 철저한 목표의식과 계획, 준비 등이 없이는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고 이 교수는 말했다.

그는 "경제적인 문제를 고려할 때 굳이 무리해서 조기유학을 보낼 필요는 없다"고 했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국내에서 고교를 졸업하고 미국 대학에 입학하거나 이마저도 힘들 경우 미국의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방법도 나쁘지 않다는 것이다.

조기유학을 보낼 때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하는 점은 학생 본인의 확실한 동기다. 이 교수는 "학생의 의지와 주관이 없이 부모 뜻에 따라 떠밀려 가 적응을 못하는 학생들을 많이 봤다"며 "그만큼 공부에 대한 동기 부여가 중요하다"고 했다.

숙소를 정하는 문제도 필수적인 고려사항이다. 가장 안전한 방법은 보딩스쿨(기숙사가 있는 학교)에 들어가는 것.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경우 학교생활에 불성실하거나 성적이 떨어지면 곧바로 부모에게 연락이 오고 학교 밖 출입도 어느 정도 제한되는 등 관리가 가능하다는 것. 하지만 이 교수는 "보딩스쿨은 경쟁률이 심한데다 지역과 학교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보통 한 해 4만달러(한화 4천여만원)가 소요되기 때문에 만만치 않다"고 했다.

차선책으로 '홈스테이'가 있지만 이것이 문제를 많이 일으킨다고 했다. "현지에 조기유학을 온 한 학생을 봤어요. 그 학생은 부모들이 잘 아는 집에 홈스테이를 했지요. 부모들은 아는 집이라 거의 믿고 학생을 맡겨놓았죠. 하지만 학생은 점점 공부는 뒷전이고 마약에 손을 대기 시작했죠. 결국 별 성과 없이 한국으로 돌아갔어요." 또 다른 예도 들었다. 한 중학생이 조기유학으로 홈스테이를 왔는데 그곳 주인의 중학생 딸이 아이를 갖고 있는 등 가정환경이 좋지 않았다는 것. 이 교수는 "홈스테이를 할 곳이 미국의 중산층 가정이라도 천차만별이기 때문에 무조건 좋아할 일이 아니다"며 "미국은 '프라이버시'가 강해 가정환경이 잘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단순히 아는 사람을 통해서나 유학원을 믿고 보내는 것은 위험하다"고 했다.

결국 이런 위험성을 줄이기 위해선 부모가 직접 현지를 찾아 홈스테이할 곳에서 며칠 묵으면서 현지인들의 생활을 꼼꼼히 따져보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비용이 좀 들겠지만 어차피 몇 년 동안 조기 유학을 보내려면 이런 수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또 자녀가 홈스테이할 가정만 살피지 말고 주변 동네의 환경이나 수준, 문화 등 여러 가지를 세밀하게 파악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기 유학을 보내는 많은 학부모들이 간과하기 쉬운 점도 지적했다. 바로 매너 교육이다. 현지에서 지켜보면 많은 한국 학생들이 에티켓을 지키지 않고 있다는 것. 이런 행위가 결국 친구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고 학교생활에 적응을 못해 공부 외에 다른 유혹에 빠지는 빌미가 된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조기유학을 가기 전에 미국인의 문화와 습성을 정확히 파악하는 준비가 필요하다"고 했다.

또 그는 학생의 성향도 조기 유학 성공에 적잖은 영향을 미친다고 했다. 국내에서 소극적인 학생은 미국에서의 생활도 잘 적응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는 것. "학교와 집 사이만 왔다갔다 하는 학생들의 경우, 국내에선 부모가 있고 정서적인 부문에 별 문제가 없지만 미국에선 새로 친구를 사귀고 그들 문화에 빠르게 적응해야 하기 때문에 어려움을 많이 겪어요. 평소 쾌활하고 적극적이며 사회성이 있는 학생들이 그만큼 적응하기가 수월하죠."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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