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학부모 생각] 가장 두려운 '엄친아'

어느 날 딸이 필자에게 물었다. "엄마는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게 뭐예요?", "글쎄, 아무래도 우리 딸이 아픈 게 아닐까." 태어나면서 심장병을 갖고 태어나 어릴 적부터 건강 유지가 힘들었던 우리집 무남독녀였기 때문이다. 아기 때 큰 수술을 하고 이젠 정기검진만 하고 있으나 비교적 수술이 성공적이라 재발에 대한 걱정은 잊은 지 오래다. 그런 아이가 이렇게 건강하게 자라고 있다는 것 자체가 새삼 감사했다.

대화를 하면서 우리 아이가 제일 무서워하는 게 무엇인지가 궁금해졌다. "너는?", "난 있지. 제일 무서운 게, '엄친아'.", "엄친아, 그게 뭘까.", "그건, 바로 엄마 친구의 아이라는 거예요." 그 말을 듣고 박장대소를 하며 함께 웃었다. 너무 공감이 가는 말이기 때문이었다. 세상에 가장 무서운 존재는 바로 내가 비교가 되는 대상들이니까.

아무리 비교를 안 하려 해도 자신도 모르게 자주 묻게 되는 다른 아이들의 성적. 처음 학교를 다니며 시험이란 걸 봤을 때는 필자보다 다른 엄마들이 우리 아이의 성적을 더 잘 알고 있는 사실에 놀랐고 이젠 그런 일에 익숙해져 성적이 나올 때쯤이면 동네 다른 엄마에게 묻곤 한다. 그래서인지 필요 이상의 기대와 요구를 했던 것 같다.

아이들이 공부를 성적이나 숫자로 표현하지 않는 것이 요즘 초등학교 성적표다. 우리가 학교 다닐 때는 '수·우·미·양·가'라는 표시로 성적의 우수나 열등이 나타났지만 요즘 초등학교에선 그런 점수라는 게 없다. 그렇다 보니 대부분의 학부모들은 '이번 시험에서 총 몇 개를 틀렸는지'를 관심있게 보고 나름대로의 줄자로 가늠을 하고 있다. 학교에선 그런 비교적인 평가를 피하기 위해 성적표 자체를 지금처럼 바꿨는데 왜 아직 우린 점수라는 굴레를 못 벗어나고 이렇게 주위 아이들과 비교를 하게 되는 것일까.

필자가 어릴 땐 가장 무서웠던 존재가 무엇인지 떠올려 봤다. 아무래도 전쟁의 재발 공포가 가장 컸던 듯싶다. 1960년대 고(故) 박정희 대통령이 집권할 당시 우리나라는 경제적 안정을 찾아가고 있었지만 공산당이란 존재의 두려움이 어린 마음에 뿌리깊게 자리잡고 있었다. 물론 전쟁을 한 번도 겪은 적은 없지만 어린 나이에 전쟁의 어려움과 아픔들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들은 터라 전쟁이 가장 큰 두려움이었다. 늘 '만약 전쟁이 난다면'을 생각했고 어찌할 것인지를 마음속으로 다짐했었다.

요즘 아이들에게 전쟁은 역사책에서나 나오는 이야기일 뿐이겠지만 지금도 다른 나라의 전쟁 이야기를 들으면 어릴 때의 두려움으로 마음이 절여온다. '엄친아'란 존재가 예전 전쟁만큼이나 요즘 아이에게 두려운 존재이겠단 생각이 문득 든다. 늘 비교 당하는 기분을 느꼈을 아이에게 한없이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조미경(대구 중앙초교 6학년 최정윤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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