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미국發 금융악재…한국경제 어떤 악영향 미칠까?

미국의 대형 금융회사들이 잇따라 넘어지자 '한국 경제도 바람 앞의 등불'이라는 우려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세계 경기 둔화로 수출이 급격히 나빠질 것이란 걱정 속에 미국발 금융 위기로 16일 국내 증시는 급락했다. 기업은 물론 가계도 엄청난 자산손실을 입은 터라 돈 가뭄은 더욱 심해졌다.

◆경제 전반이 불안하다

골드만삭스증권은 리먼브러더스 파산 신청 이후 낸 보고서를 통해 원/달러 환율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다. 환율이 더 오른다는 것이고 결국 물가는 또다시 뛰어오를 것으로 보인다.

골드만삭스는 16일자 보고서에서 "원/달러 환율의 3개월, 6개월, 12개월 전망치를 각각 1천130원, 1천110원, 1천90원으로 제시한다"며 "이는 종전 전망치인 1천40원, 1천50원, 1천70원보다 상향 조정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골드만삭스는 또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추정치를 5.3%와 4.0%로 상향 조정하고 성장률 전망치는 4.3%, 4.6%로 낮췄다.

우리 금융 당국도 '불안한 상황'을 인정했다.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는 최근 기자회견에서 "한국의 주식, 환율이 워낙 외부에 많이 노출돼 있기 때문에 전체적으로 안정되기 전까지는 변동성이 있을 수 있다. (위기가) 지나갔다고 말하는 것은 조금 성급하다"고 말했다.

환율이 또다시 요동치는 상황에서 물가는 더욱 불안해졌다.

더욱이 물가를 잡고, 경기도 끌어올리기 위해 정부·여당이 시도했던 추가경정안 예산 처리도 성공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물가불안은 더욱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제 금융부문의 충격이 실물부문으로 본격 전이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유일한 버팀목…수출 너마저

세계적 투자은행들이 잇따라 넘어질 만큼 심각한 미국발 신용위기가 불러온 세계 경제 위기는 이제 전세계의 실물 부문으로 옮겨질 것으로 예측된다. 전 세계 경기가 동반 불황에 빠진다는 것이다.

세계 경기가 불황에 빠지면 우리 수출은 엉망이 된다. 이미 해외시장이 나빠지면서 우리 수출은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유로지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은 전기 대비 마이너스를 기록했고, 일본은 같은 분기에 -0.6%의 성장률을 기록하면서 경기후퇴 국면에 진입했다.

선진국의 경기둔화는 이제 아시아로 넘어오고 있다.

대구경북지역 최대 수출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은 베이징 올림픽 이후 투자 과열이 수그러들면서 성장세가 올해 10% 부근에서 내년에는 8% 선으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된다. 싱가포르, 필리핀, 베트남 등도 성장률이 둔화되고 있다. 특히 베트남은 성장세가 큰 폭으로 둔화되면서 금융위기 가능성까지 제기됐다.

아시아경제의 둔화는 한국의 수출에 큰 타격이다. 지난해 수출액에서 중국과 동남아 지역이 차지한 비중은 각각 22.3%, 18.4%로 미국(12.5%)이나 유럽(16.3%), 일본(7.7%) 등 선진시장을 압도하고 있다.

◆온통 위험주의보

가계와 기업들의 돈이 말라가고 있다. 특히 빚을 낸 기업·가계는 증시 및 부동산 경기 침체로 자산가치가 하락하는 상황에서 금리만 올라버려 큰 고통을 겪고 있다.

올 상반기 현재 가계부채는 622조9천억원으로 가구당 4천만원꼴이다. 가계부채는 고금리와 결합해 소비심리를 더욱 위축시키면서 경기를 끌어내린다.

기업들의 경우, 중소 건설사들을 중심으로 '도산 도미노'에 노출돼 있다. 특히 전국 최다 물량의 미분양 주택을 갖고 있는 대구경북지역은 더욱 심각하다.

우량 기업들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은행들이 해외에서 달러를 차입하기가 어려워지면서 기업들은 해외 투자를 하는 과정에서 외화 수급이 힘들어졌다.

우리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했던 10억달러의 외국환 평형기금채권 발행은 극도로 몸을 사리는 미국 투자자들의 높은 가산금리 요구로 이미 연기된 상태다. 정부가 나서서 외화조달을 하려고 해도 안 되는 사태가 발생한 것이다.

게다가 '코리아 리스크'까지 발생하면서 우리 기업들은 더욱 힘들어하고 있다.

김정일 위원장의 건강이 북한의 권력투쟁을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은 우리 경제에 적지 않은 불안요인이다. 상황에 따라서는 한반도의 불안정성이 더욱 높아지면서 외국자본의 이탈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더욱이 정부에 대한 시장의 불신도 여전하다. 그동안 정부는 환율정책에서 일관성을 유지하지 못해 시장의 신뢰를 상실했으며 기업들로부터 엄청난 원성을 샀다. 지역 기업들은 고환율에 따른 원자재가격 폭등 심화로 큰 손실을 봤다.

최경철기자 koala@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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