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기름값 싼 곳, 대구는 '남구' 경북은 '의성'

주유소선 환율 올라 국제유가 하락폭 아직 반영못해

유가가 2개월째 하락하고 있다. ℓ당 2천원을 향해 가파르게 상승하던 유가는 7월 중반 휘발유·경유 모두 1천935원까지 치솟았다가 요즘은 올 초 수준(1천600원 대)까지 뚝 떨어졌다. 특히 대구경북은 전국적으로 기름값이 가장 싼 곳으로 손꼽힌다. 상승세때는 전국에서 몇 순위 안에 꼽히는 비싼 곳으로 통한 적도 있지만, 현재는 전국 최하위를 기록, 하락폭이 가장 큰 곳이 됐다.

◆기름값 하락폭, 들쭉날쭉=지식경제부가 운용하는 주유소종합정보시스템 오피넷(opinet·15일 기준)에서 살펴 본 전국 시도별 휘발유 가격은 서울이 평균 1천823원으로 가장 비쌌고 경북은 1천693원으로 가장 쌌다. 그 다음으로 대구가 1천697원으로 싼 것으로 기록(표 참조)돼 서울과의 차이가 무려 130원이나 됐다.

대구경북이 상대적으로 기름값이 싼 이유는 인구와 면적에 비해 주유소가 많기 때문. 대구의 주유소는 7월 말 기준으로 모두 426개로 인구가 100만명 이상 더 많은 부산(452개)과 비슷하다. 경북은 1천280개로 경기도를 제외하고는 전국에서 가장 주유소 숫자가 많다. 경기도와는 인구 대비로 2배나 많다.

대구에서도 기름값은 천차만별. 구군별로 살펴보면 남구가 제일 싸고, 중구가 제일 비싸다. 인접 지역이지만 기름값은 최고 193원(휘발유 기준)까지 차이 난다. 이는 주유소의 위치가 얼마나 유동인구가 많은 목 좋은 자리에 자리 잡고 있는가, 경영 전략의 차이에 따른 것. 남구 ㅂ주유소 관계자는 "마진폭을 낮추고 사은품을 없애 박리다매 전략으로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경북은 시·군별 가격차이가 크다. 휘발유를 기준으로 했을 때 평균 가격이 가장 싼 곳은 의성군(1천672원). 울릉을 제외하고는 가장 비싼 영양군(1천749원)과는 77원의 차이가 있다. 대구와 하나의 생활권으로 묶여 이동 인구가 많은 성주·경산·청도 등의 지역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비싸게 형성됐다. 문경·영양 등 경북 북부지역의 기름값도 상대적으로 비쌌다.

한국주유소협회 경북지회 우병수 사무국장은 "대구 인근 지역은 대도시 영향 때문에 기름값이 비싸다"며 "경북의 경우 우회 국도가 계속 생겨나다보니 구(舊)도로의 주유소들은 가격을 낮추는 것 외에는 경쟁 수단이 없어 가격을 계속 내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름값 내렸지만…=비싼 기름값에 얼어붙은 시민들의 소비심리는 여전히 풀리지 않고 있다. 15일 대구 남구의 한 주유소를 찾은 안상준(35)씨는 "휘발유 2만원어치"를 주문했다. 휘발유 가격이 열흘 사이 또 10원이 내렸지만, 기름통을 가득 채우던 예전 주유습관은 버린지 오래다. 안씨는 "기름값이 겁나 허리띠를 계속 졸라매야 한다"고 했다.

주유소 관계자는 "소액 주유만 하는 고객이 많아 매출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했다. 기름값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친 고물가의 여파로 시민들은 주머니를 꽁꽁 동여매고 있기 때문이다.

국제 유가가 빠르게 하락하는데도 국내 유류제품 가격 하락폭이 그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최근 원 달러 환율이 천정부지로 뛰어오르면서 유가 하락의 효과를 반감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9월 첫째주 대구 지역의 기름값은 휘발유 1천697원, 경유 1천665원이다. 이는 유가가 100달러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던 지난해 12월 마지막 주 휘발유 1천621원, 경유 1천422원과 비교했을 때 휘발유는 60원, 경유는 240원 가량 비싼 가격이다. 올 초 930원 선에서 형성돼 있었던 환율이 1천110원(15일 기준)으로 뛰어오르면서 기름값 하락을 막고 있기 때문이다. 화물차 운전자 조모(58)씨는 "경유가격이 2개월 전에 비해 많이 내리긴 했지만 지난해 이맘때에 비하면 여전히 비싸다"고 한숨만 내쉬었다.

한윤조기자 cgdream@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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