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경쟁이 치열한 국내 중형 자동차시장에서 한 국산차의 선전(善戰)이 작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름조차도 '로체-이노베이션(innovation:혁신)'인 이 차는 만년 꼴찌를 맴돌던 기아자동차를 2위에 등극시키는 효자노릇을 하고 있다. 여기에는 여러 요인이 있지만 광고 또한 톡톡히 한몫하고 있음도 사실이다. 기아는 지난한 역경을 뚫고 유도에서 격투기 선수로, 이후 패션모델에서 가수로 파격적 자기 혁신을 거듭하며 뭇 여성뿐만 아니라 현대 남성들의 로망으로 자리매김한 격투기 선수인 추성훈을 모델로 기용해 끊임없이 자기혁신을 거듭하는 추선수의 이미지와 제품 이미지를 동격화시켰다.
이 사례가 변화와 혁신의 이미지를 연계한 작은 성공이었다면, 이러한 작은 혁신과 이미지에 우리의 성공을 담보하기에는 국내외 경제사정이 워낙 급박하게 돌아가는 것 또한 현실이다. '우리 경제의 9월 위기설'은 다행히 무탈하게 지나갔지만 한숨 돌리기에는 워낙 국내외에 산적한 문제들이 우리를 난타하고 있다. 무엇보다 당장 미국발 금융위기가 우리 경제에 암울한 그늘을 넓게 드리우고 있으며 세계 경기의 둔화와 함께 내수와 물가불안도 끝 간 데 없는 가속페달을 밟고 있다.
한 달여 전인 8월 중순, 현대차는 해외 현지 공장의 생산물량이 국내 생산물량을 사상 처음 앞질러 국내와 해외공장 간 판매역전 현상이 일어났다고 밝혔다. 여기에 더해 현재 건설 중인 해외 공장이 모두 가동되는 2011년이면 연간 200만 대의 해외 생산능력을 갖출 예정이라고 한다. 이는 현대차가 해외현지공장 생산능력 확충 전략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과 무관하지 않다. 다시 말해 현재의 경영 상황이 국내에서 생산해 수출하는 것보다 해외에서 생산하는 것이 더 유리한 상황이라는 것이고, 바꾸어 말하면 현대차를 비롯해 산하 무수한 협력회사까지 합해 엄청난 수의 우리 근로자들의 일자리가 없어졌다는 이야기가 되기도 하는 것이다. 세계 신기록을 계속 갈아치우고 있는 현대차의 '툭하면 파업'이 부른 결과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와는 반대로 꺼져가는 불꽃을 희망의 등대로 바꾼 일터도 존재한다. 복사기 복합기 제조업체인 롯데캐논 안산공장이 그곳이다. 삼성전자 이재용 전 상무가 세 차례나 그곳을 찾은 후 극찬을 아끼지 않았던 곳으로도 유명하다. 이 회사의 혁신은 수십, 수백 명이 기계적으로 일하는 컨베이어시스템 대신, 혼자 또는 몇 명의 직원이 완제품을 만들어내는 셀(cell) 방식을 도입하고서부터 시작되었다. "물론 처음에는 모두의 반대가 극심했지요. 익숙하고 편하게 단순작업만 하면 되던 것을 전 기종을 모두 제작할 수 있는 다능공(多能工)이 되기 위해 전 직원이 처음부터 다시 재교육을 받아야만 했으니까요. 하지만 기계적으로 일하던 과거보다 지금은 오히려 일을 재미있어 합니다. 변화를 거부하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일은 작은 것에서부터 비롯되었지요. 떨어진 담배꽁초를 주우면서 어떻게 하면 모두에게 도움이 되는 혁신의 이미지를 전달할까 고심했지요. 먼저 직원들이 가장 많이 애용하는 구내식당과 탈의실의 환경미화부터 시작했습니다. 깨끗하게 변화된 환경에 직원들은 하나둘씩 마음을 열었고, 변화와 혁신은 꼭 귀찮기만 한 것이 아니라 도움이 되는 것이고 무엇보다도 다름 아닌 바로 자신들을 위한 것임을 직원들이 믿고 따라주었기에 지금의 혁신이 가능했습니다." 김영순 생산본부장의 전언이다. 현재 이 공장의 생산능력은 1999년 월 2천대에서 3만대로 급증했고 재고도 크게 줄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의미 있는 일은 중국 캐논공장보다 생산원가를 20% 낮출 수 있는 능력을 갖춤으로써 중국캐논 공장의 일감까지 확보했다는 데 있다.
많은 기업들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해 고통받고 있다. 익숙한 것과의 결별이 쉬워지려면 '작은 것으로부터의 변화가 가져다주는 신뢰를 공유하라!' 이것을 혁신의 첫째 덕목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양현주(경영지도사·영남이공대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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