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데스크칼럼] 얼굴을 내밀어라

2008 대구국제육상경기대회가 8일 앞으로 다가왔다. 25일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올해 대회엔 세계랭킹 30위 이내의 선수 60여 명이 참가를 통보해와 아시아 그랑프리급 대회를 의미하는 '컬러풀 대구 프리 챔피언십 대회 2008'로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의 인증을 받았다.

대회조직위원회는 '2011 그날을 향한 뜨거운 전초전!'이라는 수식어를 달아 올해 대회 역시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 성공을 위한 리허설임을 강조하고 나섰다. 사실 매년 대구에서 열리는 국제육상경기대회는 지역주민들의 육상에 대한 관심을 높이고 참여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 외에 2011년 대회운영을 사전 점검하는 의미가 크다.

2011년 8월 27일부터 9월 4일까지 열리는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딱 3년 남겨둔 시점에서 쓴소리를 좀 하려한다. 대상은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다. 태클 걸기가 아니다. 따끔한 苦言(고언)으로 들어줬으면 싶다.

3년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분명한 것은 느긋할 시점이 아니라는 것이다. 대회 예산 확보는 물론이고 육상 꿈나무 육성도 발등의 불이다. 하지만 어쩐 일인지 조직위는 태평이다. 최소한 외부적으로 드러나는 상황을 보면 이는 더 명확해진다.

오히려 지원하는 입장에 있는 정치권에서 더 몸이 달아 있다. 빠르면 이번 주 중으로 2011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지원하기 위해 국회에 설치된 '국제경기지원특별위원회'가 본격 가동될 것으로 보인다. 한나라당 의원 10명과 야당의원 8명 등 총 18명으로 구성될 특위는 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와 2014년 인천아시아경기대회, 여수F1국제자동차경주대회 등 3개 국제대회를 함께 지원하게 된다.

똑같은 국제경기대회를 지원하게 되지만 3개 도시의 대응은 전혀 딴판이다. 인천과 여수에선 벌써부터 난리다. 특위위원장으로 내정된 박종근(한나라·대구 달서갑) 의원을 수시로 찾아가 상세보고서를 내놓는가 하면 좀 더 많은 지원을 해달라고 요청해 골치가 아플 지경이란다.

대구는 어떤가? 박 의원은 조직위에 대한 섭섭함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조직위 사무총장은 물론이고 아직까지 조직위 직원 한 명 만나본 적이 없다"며 "대구시도 '대충 내용을 알고 있지 않느냐. 알아서 좀 해달라'는 식이다"고 충고했다.

육상 꿈나무 육성을 위한 노력에도 조직위는 강 건너 불구경이다. 사실 한국선수가 예선에서 모두 탈락한다면 시민들의 관심도는 낮아질 수밖에 없고 대회 성공도 자신할 수 없다. 물론 꿈나무 육성은 대한육상경기연맹이나 정부가 나서서 할 일이다. 그렇다고 대구시나 조직위가 무관심하게 있어도 된다는 말은 아니다. "조직위가 보다 적극적으로 꿈나무 육성의 필요성을 제기해야 문화체육관광부 등 정부를 움직일 수 있다"는 한 국회의원의 뼈 있는 한마디를 조직위는 경청해야 할 일이다.

성공적인 대회 개최를 위한 아이디어를 내고 필요하다면 관계기관이나 부처의 적극적인 협조를 이끌어내는 것도 조직위가 할 일이다. 박종근 의원은 단거리육상의 최강국으로 떠오른 자메이카와 교류를 확대하기 위해 한-자메이카 의원연맹을 만들 복안도 갖고 있다고 했다. 조직위가 여기에 맞는 아이디어와 대책을 내놓고 발빠르게 움직일 때다.

이쯤 알고 보면 참 희한한 일이다. 지원을 할 쪽에선 준비가 되어있는데 정작 지원받을 쪽에선 너무 조용해서다. 사무총장을 비롯한 조직위 구성원들은 다들 자기 맡은 일들을 열심히 하고 있는 줄 안다. 그렇지만 주변상황이나 분위기 등에는 도통 관심이 없는 듯하다. 주변환경은 조직위가 계획해놓은 그대로 진행되지 않는다. 수많은 변수들이 도사리고 있다. 조직위 활동만으로 해결하지 못하는 문제들도 산적해 있다. 조직위는 대회 준비에 좀 더 넓은 안목을 가질 필요가 있다. 정치권으로 뛰어다니며 예산 등의 협조를 구하고 국내외 기업을 찾아다니며 협찬사 선정 작업에도 나서야 할 때다.

2011대구세계육상선수권대회의 성공적인 개최는 여기저기서 지원을 받아야 가능하다. 조직위는 최소한 이들 지원기관으로부터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다"는 말을 들어서는 곤란하지 않겠는가.

박운석 문화체육부장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