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한복이야기]한복시장, 희망은 있다

선배들 장인정신·노하우에 후배들 디지털 기술 더해야

나는 한복을 사랑한다. 언제부턴가 한복의 매력에 끌려 배우고 익히며 디자인하고, 제작하느라 20년을 정신없이 보냈다. 앞으로 20년은 어느 방향으로 나가야 할까?

1970~80년대만 하더라도 한복시장은 호황을 누렸다. 신부는 녹의홍상에 동복'춘추복'두루마기, 신랑은 하복'동복'두루막, 그리고 양가혼주 예복에 두루막까지…. 참 신나게 장사했고 자부심도 대단했다 하는 노 선배의 눈가가 아련하다. 그 당시엔 정치인들과 사모님들의 예복'파티복으로도 애용됐고 외교사절을 통한 국위 선양의 도구로도 가치를 톡톡히 발휘했다. 하지만 급속한 경제성장과 더불어 양장산업이 성장에 성장을 거듭하는 동안 한복시장은 정 반대의 길을 걸었다.

'제발등 제가 찍는다' 했던가. 시대의 흐름에 부응한다는 명목 아래 사철깨기가 출현해 동복을 사장시켰다. 사계절이 뚜렷한 우리나라에서 사철깨끼가 웬말인가! 춘추복 하나로 여름과 겨울을 다 때울 수 있을까? 하긴 한여름 반바지에 민소매 차림의 아가씨가 털목도리를 두르고 있는 걸 본적도 있지만 그래도 동방예의지국 전통의상의 위상을 실추시킨 것은 아닌지 의구심이 간다. 더욱이 동복의 명맥을 유지하던 두루마기 조차 배자에 밀려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는 형국이다.

배자 또한 동복으로, 간편하고 예쁘게 입을 수 있어 각광받고 있지만 예복으로서 두루마기의 대용은 될 수 없다. 물론 여자두루마기는 방한용으로 분류돼 배자로 대신할 수 있지만 남자두루마기는 예복이라 제사나 외출시, 어른께 인사올릴 때도 반드시 착용해야 한다.

이런 가운데 한복계의 현실을 살펴보면 한복산업의 미래가 암울하기만 하다. 그저 예식 때 한번 빌려입으면 그만이라는 풍조가 만연해 있다. 혼수라 해도 신부한복 한 벌로 끝나는 경우가 다반사이고 남자한복은 생략 되고 있다.

이젠 냉철한 판단과 자성으로 한복업계 스스로가 돌파구를 찾아야 할 때다. 한복업계를 이끌어갈 젊은 주자들도 이젠 달라져야 한다. 인터넷을 통한 빠른 세상 변화에 눈높이를 맞추고 소비자들의 요구에 귀를 귀울이며 노선배들의 장인정신과 노하우에에다 후배들의 디지털 기술이 보태지면 한복의 미래는 그리 어둡지만은 않다. 010-2501-2020.

손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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