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여성이나 학생들이 주로 사는 '원룸촌'이 각종 범행의 손쉬운 표적이 되고 있다.
특히 심야 시간대 인적이 드문 대구시내 중심가 원룸촌에는 강·절도, 성폭력 등 범죄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지만 경찰은 범죄자들의 뒤꽁무니만 쫓고 있다. 경찰이 방범 활동에 소극적인데다 방범용 CCTV도 전혀 설치돼 있지 않아 원룸 거주자들의 불안감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17일 오후 대구 남구의 한 원룸 밀집지역에서 만난 이보람(가명·23·여)씨는 "학교가 인근에 있어 원룸에서 자취하는 여대생들이 많다. 가끔 어느 원룸에 도둑이나 강도가 침입했다는 소문을 들을 때면 소름이 끼친다"며 "밤늦게 원룸에 들어설 때면 건물 안과 밖을 몇번이고 살핀다"고 말했다.
원룸촌은 범죄의 사각지대나 마찬가지다. 지난 12일 경찰에 붙잡힌 '대구판 발바리(본지 9월 12일자 보도)'의 경우 지난 3년간 중구의 원룸들을 제집 드나들듯 하며 15차례나 강·절도와 성폭력을 일삼았지만, 범행 현장이 아닌 경찰의 불심 검문에 걸려 정체가 드러났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범행 일지'까지 기록해가며 대상을 물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혼자 사는 여성들이 주 표적이었다.
범죄자들은 중구뿐 아니라 남구, 달서구 등 원룸촌 전역에서 활보하고 있다. 지난 7월 12일 오전 5시쯤 남구 봉덕동의 한 원룸에 2인조 강도가 침입, 잠자던 K(24·여)씨를 폭행하고 달아났다. K씨는 "인기척에 잠을 깼더니 30대 남성 2명이 얼굴 등을 마구 때렸다. 소리를 지르며 저항하자 달아났다"고 했다. 이 2인조 범인은 아직도 잡히지 않고 있다.
주민들은 원룸촌에 대한 순찰 강화와 방범용 CCTV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17일 오후 돌아본 중구 동인동 일대 원룸촌에는 '쓰레기 투기 금지' 안내문만 붙어 있었다. 음식물 쓰레기 불법 투기 감시 CCTV나 불법주정차·과속 단속 CCTV는 있어도 방범용 CCTV는 보이지 않았다. 한 여대생 세입자는 "'CCTV 작동중' 정도의 안내문이라도 붙여달라고 주인에게 요청했을 정도"라고 하소연했다.
강력 범죄가 잇따르자 자체 방범용 CCTV를 설치한 원룸도 등장하고 있다. 중구 동인동 L원룸 경우 주차장과 현관에 CCTV를 설치해 화면을 녹화하고 있었다. 이곳 주인은 "학생 위주로 세입자를 받고 있는데 CCTV 소문이 났는지 입주하려는 문의가 많다"고 했다.
경찰은 그러나 예산 부족을 이유로 방범용 CCTV설치에 대해 난색을 표하고 있다. 대구경찰청 관계자는 "방범 CCTV가 범죄 예방과 범인 검거에 큰 효과가 있지만 당장은 CCTV 보급이 어렵다"며 "원룸·빌라촌 일대 야간 순찰 활동을 강화하고 사건 해결에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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