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여기는 독도] 2098번째 본적 이전 "나는 독도사람"

▲ 서도에 도착한 전충진기자가 타고온 모터보트를 선착장에 묶고 있다.
▲ 서도에 도착한 전충진기자가 타고온 모터보트를 선착장에 묶고 있다.

이 나라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우리땅 독도의 실효적 지배에 힘을 보태야 한다고 생각했다. 더구나 대구경북을 대변해온 매일신문 기자가 독도에 상주한다면 그 또한 의미 있는 일이라고 여겼다. 그래서 신문사에서는 1년여 동안 독도 상주기자 파견을 추진했고 나는 단연 지원을 망설이지 않았다. 우여곡절 끝에 올들어 최근에야 독도에 기자 파견 결정이 나왔다. 다음은 지난 7월부터 본격화된 독도행 일지를 요약해 더듬어본다.

▷7월 15일= 독도에서의 취재계획과 의의·목적·방법 등을 명기한 취재계획서를 제출했다. 원론적으로는 모두 좋은 내용이었지만, 과연 실행 가능한 일일까에 대해서는 솔직히 반신반의했다. 그렇지만 뜻이 있으면 길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7월 28일= 입도 취재계획서를 제출했다. 그러나 신문사 내부에서조차 그렇게 큰 희생을 감수하면서 독도에 기자를 파견하고 비용을 감당해야 하느냐에 대한 갑론을박이 계속되었다.

▷7월 31일= 김관용 경북도지사와 면담을 갖고 독도 입도 취재계획을 밝힌 후 독도의 실효적 지배 강화를 위한 공감대를 형성했다.

▷8월 3일= 부산에서 직장생활을 하는 아내가 매일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문제 때문에 대구에서 열차로 출퇴근하기로 결정하고 대구로 이삿짐을 옮겼다.

▷8월 4일= 울릉군청과 해양항만청·문화재청에 입도허가서를 제출했다. 독도 입도를 위한 첫 준비로 베갯잇을 만들었다. 평소 집밖에서 잘 때 베개가 맞지 않아 아침이면 목과 허리가 아파 애를 먹는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장기간 외지 생활을 대비해 가까이 지내는 스님에게 부탁해서 베개를 특별히 만들었다.

▷8월 10일= 경북도의 광복절 독도 현지 행사 준비팀과 함께 입도하기로 결정하고 시골에 계신 부모님을 찾아 1년간 독도지원 사실을 말씀드렸다. 특히 어머니는 "장남인 네가 그렇게 멀리 가면 누굴 믿고 사느냐"며 막무가내로 만류하셨다. 마음이야 무겁고 아팠지만, 다시 생각하고 고민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친인척에게도 작별인사를 했다. 입도를 위한 침구류와 주방용구 등을 이삿짐 박스로 포장해서 울릉도에 있는 친구 박수덕(농어민후계자)의 집으로 보냈다.

▷8월 12~18일=입도에 따른 여러 절차를 거치느라 관련기관·당국과 많은 접촉을 가졌고 이로 인해 입도결심은 더욱 확고해졌다. 많은 도움으로 입도절차가 잘 진행됐고 많은 사람들이 염려와 격려를 해 주었다.

▷8월 21일= 영남대 독도연구소 김화경 소장을 만났다. 독도에 가서 1년간 생활하면서 독도의 일상을 독자에게 전달하고 싶다는 얘기를 하니 걱정스런 표정을 지었다. 10년전 한 방송국에서 다큐멘터리 '독도의 사계'를 촬영한 PD가 독도 생활한 후 건강에 문제가 생겼고 그 뒤 여러가지 어려움을 겪었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8월 28일= 문화재청의 입도허가서가 나왔다. 몇몇 친구들이 만일을 대비해서 비상약을 가져가야 한다면서 약국하는 친구에게서 구급약 세트를 구해다 줬다.

▷9월 1일= 독도경비대 상황실에서 언제 입도할 것인지 묻는 전화가 왔다. 이제야 독도로 들어간다는 사실이 실감이 났다. 카메라와 캠코더 등 영상·통신장비를 구입했다. 입도 일자는 급박하고 장비는 손에 익지 않아 걱정이 많았다. 4일자로 울릉도행 훼리호 배편을 예약했다.

▷9월 2일= 독도 이장 김성도씨 부부가 대구시민야구장에서 열린 베이징올림픽 야구 우승기념 프로야구 이벤트 시구를 위해 대구에 왔다. 본사에서 김 이장 부부를 초청해 기자의 독도 상주에 대한 협조를 요청하고 이용길 사장과의 면담도 가졌다.

▷9월 4일= 울릉도행 대아 훼리호에 승선했다. 승선 직후 아내의 직장 상사가 뒤늦게 부산에서 배웅차 포항으로 달려오는 바람에 다시 내려 잠시 인사만 나누고 출항했다. 울릉도 도착과 동시에 울릉도 지역담당 기자인 허영국 선배의 안내로 독도관리사무소에 들러 입도를 확인했다. 울릉읍사무소에 들러 2098번째로 본적지를 독도로 이전했다.

▷9월 5일= 일부 이삿짐이 도착하지 않아 모두 찾아서 들어가려 했으나 아침 일찍 '경상북도 보호수 지정' 행사 차 출항하는 배편이 있어 오전 6시 30분 독도행 삼봉호에 올랐다. 독도 어업인숙소에 도착하니 4칸 방 모두 공사 관련 인부들과 학술조사단 등이 차지하고 있어 김성도 이장님 내외와 한 방에서 첫날밤을 묵었다.

전충진기자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