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부지라지만 정작 장사가 안돼요."
16일 오후 3시 30분쯤 대구 중구 봉산동 '통신골목' 옆 소방도로. 중구청이 '동성로 공공 디자인 개선 사업' 추진을 위해 동성로 일대 노점상을 일제 정리하면서 지난달 초 생계형 노점상 18명에게 대체 부지를 제공했지만 이 일대는 썰렁했다. 오후 영업을 할 시간임에도 상품을 내놓은 곳이 3곳에 불과했고, 5곳은 상품 보따리조차 풀지도 않았다. 나머지 10개소는 주인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았다.
한 노점상(44·여)은 "이 골목은 해질녘이 돼도 사람 구경하기가 힘든 자리"라며 "지난 추석 연휴에는 이 일대가 주차장이 돼 개점도 못했다. 도대체 노점이 문을 연지 1개월이 넘었지만 제대로 장사를 해본 적이 없다"고 푸념했다.
생계형 노점상인들로 이뤄진 대체 노점가가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중구청이 노점상을 동성로에서 몰아내는데(?) 성공했지만 일부 생계형 노점상들은 생존을 위협받고 있다고 호소하고 있다.
대체 노점 부지는 행인이 거의 없는 '도심속 섬'이었다. 노점 앞에는 폐가 5채만 덩그렇게 서 있었고, 그 사이에는 잡초만 무성하게 자라있었다. 한 행인은 "폐가에 그림이라도 그려서 명물거리로 만들면 모를까···."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길거리에 주저 앉아있던 한 노점상은 "한일극장 앞에서 장사할 때에는 하루 평균 몇 만원은 쉽게 벌었는데 요즘은 5천원어치도 못 판다. 한 달 지나니까 장사를 아예 포기하는 상인들이 많다"고 하소연했다. 모자를 파는 정모(39·여)씨는 "하룻밤 노점 리어카 보관비가 5천원, 차비에 밥값까지 1만~1만5천원은 족히 쓰는데 버는 돈은 10분의 1도 안된다"고 답답해했다.
이곳 노점상인들은 우선 대체부지에 '먹거리 노점'부터 설치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부탁했다. 구청에서 기왕 생계형 노점을 구제해주기 위해 나선 김에, 호떡, 핫바, 떡볶이 등 먹을거리 노점을 허가해주면 지금보다는 형편이 낫지 않겠느냐고 했다.
중구청도 대체부지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고심하고 있지만 별다른 실효성은 없다. 구청은 전기를 공급해 야간에 조명을 쓸 수 있도록 해주고 야간방범등 4개를 추가로 설치했다. 파라솔과 상품진열대 디자인을 위해 노점 1개소당 8만원씩 지원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생계형 노점 선정에 불만을 품고 있는 노점상을 위해 대체부지에서 합법적으로 영업할 수 있도록 상담창구를 만들었다"며 "대체부지 활성화를 위해 갖가지 아이디어를 내놓고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구청은 동성로 노점상들을 위해 또 다른 대체부지도 물색 중이다.
중구청은 지난 3월 동성로 노점상 151명의 재산실태를 조사해 이중 41명을 생계형 노점상으로 분류했다. 노점상 80여명은 40일째 매일 중구청 앞에서 '노점 허용'을 요구하며 집회를 계속하고 있다.
서상현기자 ssang@msnet.co.kr 사진=윤정현 인턴기자, 동영상 장성혁 인턴기자 jsh052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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