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향토 자전거산업 "아, 아깝다"

▲ 레저열풍과 고유가로 인해 자전거 이용자는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몰락한 지역 자전거 산업은 부활의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다. 지역에서 40여년간 자전거산업의 맥을 잇고 있는 삼광자전거의 직원이 자전거를 조립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자전거 출고장. 모현철기자
▲ 레저열풍과 고유가로 인해 자전거 이용자는 점차 늘어나고 있지만 몰락한 지역 자전거 산업은 부활의 기지개를 켜지 못하고 있다. 지역에서 40여년간 자전거산업의 맥을 잇고 있는 삼광자전거의 직원이 자전거를 조립하고 있다. 아래 사진은 자전거 출고장. 모현철기자

레저열풍과 고유가로 인해 자전거 이용자는 증가하고 있지만 몰락한 지역 자전거 산업은 부활하지 못하고 있다. 1970년대 전국 자전거부품업체의 70%가 몰려있을 정도로 '자전거의 메카'였던 지역은 현재 자전거 부품 및 완제품 생산 공장이 전무하다. 80년대 중국산의 공세에 밀려 업종을 전환했기 때문이다.

◆지역 자전거산업 몰락

한국자전거공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국내 자전거 내수시장 규모는 200만대 정도로 1997년 당시 80만대에 비해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내실은 부실하다. 자전거 부품을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 자전거제조 최대 회사인 삼천리자전거와 코렉스, 알톤 등 국내 자전거회사들은 이미 생산은 포기하고 브랜드 마케팅만 하는 자전거 판매회사로 전락했다. 때문에 '메이드인 코리아'가 찍힌 국내산 자전거가 거의 없어 100% 중국산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고가 자전거의 경우 일본의 대표적인 부품회사인 '시마노'의 제품으로 구성돼 있다. 자전거업계 관계자들은 "일본의 부품회사인 '시마노'가 없으면 자전거를 못 만들 정도"라면서 "고급제품은 일본이 쥐고 있고 중저가는 중국과 대만업체가 주도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역의 사정도 마찬가지. 전국 자전거부품의 70%를 차지했던 지역 자전거부품업체들은 차부품으로 업종을 전환하거나 중국산에 밀려 경쟁에서 도태됐다.

자전거부품업체였던 에스엘(옛 삼립산업)과 경창산업, 오대산업 등은 모두 자동차부품업체로 업종전환을 했으며, 소규모 자전거부품업체들도 현재 중국에서 자전거를 수입해 판매하는 수입업체로 전락한 상태이다.

장충길 대구경북기계조합 상무는 "지역 자전거부품산업이 발달하지 않았다면 요즘 호황을 누리고 있는 차부품산업도 발달하지 못했을 것"이라면서 "지역의 특화산업이었던 자전거산업이 중국과의 가격경쟁력에 밀리면서 몰락해 안타깝다"고 말했다.

◆자전거도로 등 인프라 구축돼야 부활

그나마 조립생산라인을 가동하면서 자전거를 조립하는 업체는 지역에서 삼광자전거가 유일하다.

경북 영천시 청통면에 위치한 이 업체는 지난 1969년 창업했으며, 70년대 삼천리와 함께 유명한 자전거 메이커였다. 하지만 현재 자전거 생산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 조립라인을 가동하면서 자전거를 조립·생산하면서 지역에서 유일하게 자전거산업을 명맥을 잇고 있다.

이 업체는 호황기 때 직원이 200명에 달했지만 현재는 6명에 불과하다. 이 업체는 운반자전거 등 특수자전거를 조립·생산해 현대차와 포스코 등에 납품하고 있다.

2대째 자전거산업의 맥을 잇고 있는 삼광자전거 이진호(57) 대표는 "지역은 물론 국내에서 자전거 부품 생산은 불가능하다"면서 "부품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수입해 조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중국산의 공략에 대응하기 위해 틈새시장을 노리고 있다. 2년전부터 일본에서 중고 자전거를 수입해 고쳐서 판매하고 있는 것이다.

요즘엔 자전거업계가 중국산 수입에 의존하다보니 가격이 올라도 속수무책이다. 이진호 대표는 지역은 물론 국내 자전거산업 생산의 시대는 끝났다고 단언했다.

이 대표는 "자전거붐이 돌아와도 대처하지 못하는 자전거 업계가 부끄럽다"면서 "자전거업계가 호황을 누렸을 때 화합해서 발전방안을 모색했다면 지금처럼 몰락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정부의 정책방향이 자동차중심으로 되면서 국내 자전거 산업이 급속히 쇠락했다고 또 다른 방향에서 몰락 원인을 찾기도 했다.

현재 국내 자전거 내수시장 규모는 1년에 200만대 정도이다. '자전거의 천국' 일본은 1천만대 규모 시장을 이루고 있다. 지역 자전거업계에 따르면 한국도 내수시장 규모가 400만~500만대 규모로 커지면 자전거산업이 부활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지역 자전거산업이 부활하기 위해서는 자전거도로 등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이다.

지역 자전거업계 관계자들은 "자전거 전용도로가 확충되지 않으면 자전거 산업이 부활하기는 힘들다"면서 "지역 자전거 산업이 부활하려면 내수시장의 안정적인 성장과 함께 관련 인프라 구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모현철기자 momo@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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