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대운하와 경북도청 이전지 발표 등 소위 '한탕'을 노리고 대구에 우후죽순 생겨났던 기획부동산 업체들이 한꺼번에 빠져나가면서 이들 업체에서 일했던 텔레마케터(전화판촉원) 등이 임금체불에 시달리고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대구의 한 기획부동산 업체에서 텔레마케터로 일했던 김모(43·여)씨는 이달초 대구노동청에 두달치 임금을 받지 못했다며 회사 대표를 상대로 진정을 냈다. 김씨는 "고객들에게 무차별로 전화를 걸어 '좋은 매물이 있다'며 정보를 준 뒤 값이 더 오르기 전에 땅을 사라고 권유하는 일을 하루 10시간 이상 했다"며 "중노동에 시달렸는데도 회사가 돈이 없다며 일방적으로 임금을 체불하고 있다"고 했다. 이 업체 경우 직원들에게 급여를 상습적으로 체불하다 최근 직원 50여명으로부터 집단으로 고소·고발을 당했다.
현재 기획부동산 업체에서 일하다가 임금을 받지 못했다며 대구노동청에 고소·고발한 사례가 150건을 넘는다. 업체 수로는 6, 7개에 이른다. 적게는 30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까지 임금을 받지 못한 피해자들은 "사장이 토지 계약금이나 잔금이 들어와야 그 돈으로 임금을 줄 수 있는데, '땅이 팔리지 않는다'는 핑계를 대고 있다"며 하소연했다.
노동청은 대구에서 기획부동산과 관련해 임금체불이 한꺼번에 접수된 사례는 이례적인 일이며 정부가 대운하 건설포기를 시사한 지난 5월부터 하나둘씩 접수되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노동청 관계자는 "기획부동산 업체들이 대통령의 한반도 대운하 건설 공약에 맞춰 회사당 50명 내외의 텔레마케터들을 고용해 경북지역 일대에 개발호재를 선전하고 투기를 부추기다 대통령이 대운하 포기 의사를 내비치자 한꺼번에 사무실을 폐쇄하거나 업주들이 슬그머니 사라져 체불을 당한 직원들이 속출했다"고 밝혔다.
기획부동산 경우 호재가 예상되는 토지를 조사해 계약금의 일부만 지급한 뒤 토지 위탁 매매 계약을 체결해 작은 필지로 나눠 비싼 값에 판매하는 식의 영업을 펴고 있다. 특히 몇 건만 성사돼도 투자비용을 챙길 수 있기 때문에 과대포장을 하거나 땅값을 부풀리고 텔레마케터들을 고용해 무차별적인 전화 마케팅을 펼친다.
한 부동산 중개업체 대표는 "몇년 전부터 수도권 등에서 내려온 기획부동산 업체들이 대운하와 경북도청 이전 예정지 등에서 투기를 부추기다 재미를 보지 못하면 밤사이에 없어지는 사례가 많았다"고 했다.
노동청 관계자는 "텔레마케터들이 자신들은 월급을 받고 고용된 근로자로 알고 있지만 땅을 팔아 판매한 실적에 따른 수당을 받는 개인사업자로 분류돼 있어 근로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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