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자전거, 기차를 만나다…자출족의 '진화'

▲ 대구와 구미를 자전거와 기차로 출퇴근하는 김진혁씨(위)와 박준일씨.
▲ 대구와 구미를 자전거와 기차로 출퇴근하는 김진혁씨(위)와 박준일씨.

두 바퀴의 행진이 거세다. 장보러 가는 아줌마들, 가방을 둘러멘 학생들, 다리 힘을 키우려 신천둔치를 달리는 중년의 아저씨들. 페달을 밟는 이유와 모양은 가지각색이다.

네이버 카페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자출사)' 회원은 무려 21만명이다. 이른바 자전거 전성시대다. 대구에서 구미, 구미에서 대구의 집과 직장을 자전거로 오가는 두 출퇴근족(자출족)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1. 올해 마흔살인 김진혁씨. 경북 구미시 도량동 집에서 직장인 대구 중구 남산동까지 매일 40㎞ 넘는 거리를 오가고 있다. 그래서 그의 출근길은 늘 바빴다. 걱정거리는 직장까지 오가며 거리에 뿌리는 비용이었다. 그는 이 문제를 어떻게 풀었을까. 해답은 자전거였다.

"승용차를 몰까하다 기차를 이용하기로 했죠. 문제는 기차에 타고 내린 후 집에서 구미역까지, 대구역에서 직장까지 가는 방법이었죠."

그렇게 멀진 않았다. 택시를 타면 3천원쯤 나오는 거리여서 하루 4번, 1만2천원이 든다. 정작 통근열차는 왕복 2천500원밖에 안 드는데, 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다. 버스를 타도 4천원. 바로가는 버스가 없고, 기다리다 보면 지각하기 일쑤였다. 그가 처음 페달을 밟게된 이유다. 올해로 4년째다.

2005년 7월. 50만원을 투자해 휴대가 간편한 접이식 자전거를 샀다. 그때만 해도 자전거를 기차에 싣고 다니는 사람이 없었다. 자전거를 접어 기차에 실으려하자 역무원이 손사래를 쳤다. 위험하니 자전거 동승(?)이 안 된다는 것. 비행기에도 실을 수 있는 자전거라며 따졌고, 실랑이 끝에 급기야 코레일 본사에까지 문의를 하게 됐다.

"그 한해 전까지만 해도 탑승금지 품목이었대요. 규정은 없어졌으나 명확한 답변은 주지않았고 역무원 재량에 달렸다는 애매한 말만 하더군요."

그후로도 몇번을 더 싸웠다. 지금은 자전거를 싣고 기차에 오르는 사람이 가끔씩 눈에 띄지만 그땐 별난 사람 취급을 받아야했다. 요즘에는 아침마다 만나는 기차통근족들이 부쩍 자전거에 관심을 기울인다. 반은 부럽다는 반응이고 나머지는 '한번 타볼까'라며 망설이는 반응을 보인다. 자전거 출퇴근, 모든 게 다 좋은데 몇가지 불편한 게 있다. 우선 분실우려 때문에 어딜 가나 갖고 다녀야한다. 전용도로가 없다 보니 자전거를 탈 때마다 운전자들이 욕을 하는 바람에 뒤통수가 따갑다. 불법주차차량, 노상적치물로 곡예운전을 강요당하고, 횡단보도 턱이 높아 불편하고 안전을 위협받는 것도 못마땅하다.

"행정기관에서 전용도로나 주차장 같은 인프라를 페달 속도만큼 빨리 만들어줬으면 좋겠어요."

#2.박준일(34)씨는 김씨와 출퇴근길 방향이 정반대다. 대구 침산동 집에서 출발해 직장인 구미 도량동 학교까지는 꽤 먼 거리다. 박씨는 이제 5개월밖에 안된 '신출내기' 자출족이다. 그러나 할말이 많다. 너무 좋기 때문이다. 당장 주머니가 두둑해졌다.

"자전거를 타면서 지금까지 적어도 300만원은 아낀 것 같아요."

고교 교사인 그는 올 3월 군위에서 구미로 전근을 했다. 한 달간 자동차로 출퇴근을 했는데, 기름값과 톨게이트비용만 70만원이나 들었다. 궁리 끝에 찾아낸 해답이 자전거였다. 기차와 연계해 타기로 했다. 그리고 중고 자전거 두 대를 샀다. 한 대는 침산동 집에서 대구역까지 이동하는 데 쓰고, 다른 한 대는 구미역에서 학교까지 오가는 데 이용하기로 했다. 역 보관대에 묶어놓은 덕에 몸만 기차에 오르면 됐다. 그렇게 하니 출퇴근 비용으로 6만원만 들었다. 나머지 교통비는 제로.

"승용차로 출근할 땐 오전 7시쯤 집을 나섰지만 자전거를 타면서부터 40분 정도 더 일찍 나오게 됐어요. 그렇지만 운전을 하지 않으니 아침이 한결 여유로워졌고, 주머니가 두둑해졌다"고 자랑했다.

그가 하루에 페달을 밟는 거리는 5, 6㎞ 정도. 그리 길지 않다 보니 몸을 단련시키는 수준은 못된다. 그래도 페달을 밟으며 스트레스를 날려버리고 꾸준하게 반복하다 보니 제법 운동이 되는 것 같다.

주말에는 아이들과 자전거를 함께 타는 놀거리가 생겼다는 점도 좋다. 무엇보다 승용차 이용을 크게 줄여 친환경적 생활을 하게 됐다는 뿌듯함도 갖게 됐다.

"더 많은 사람들이 자전거를 탔으면 좋겠어요. 제가 누리는 것보다 더 많은 즐거움과 혜택을 얻을 수 있을 거예요."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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