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제주, 재미난 풍경 색다른 문화

예부터 '삼다도'라 불려온 제주를 요즘엔 '환상의 섬'이라고도 부른다. 누구 말대로 '카메라 셔터만 누르면 작품이 되는 곳', '먹구름마저도 때깔이 다른 곳'이 바로 제주 아닌가? 제주사람들은 싫어한다는 표현이지만 제주의 환상적인 속성에 반해 제주에 정착한 '육지 사람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이런 결과로 제주에는 토속문화와 이방의 문화가 혼재하고 있다. 그런 만큼 독특한 공간이 가득한 곳도 바로 제주다. 제주의 묘한 문화를 만들어가는 이색공간을 들여다 보자.

◆성(性) 테마 박물관, 은밀하거나 해학적이거나

제주도엔 성(sex)을 주제로 한 박물관이 유난히 많다. 제주시와 서귀포 쪽으로 3개나 있다. KBS 2TV '스펀지'에 소개된 적도 있다. 은밀한 성의 세계를 펼쳐 놓았다는 말에 관광객의 귀가 솔깃해진다. 호기심과 기대감으로 찾는 이도 많다. 누구는 대담한 전시물에 얼굴을 붉히기도 하고, 누구는 해학적인 면에 키득키득 웃음을 짓기도 한다. 같은 주제로 만들어져 '별 차이가 없다'며 불평하는 사람도 있는데 자세히 들여다 보면 각 박물관마다 나름대로 특성도 있다. '제주러브랜드'(www.jejuloveland.com)는 '성을 주제로 한 테마조각공원'이다. 제주시에서 매우 가깝다. 공항에서 차로 10여분 정도 거리에 있다. '신비의 도로'(일명 도깨비 도로)에 들어서면 바로 왼편으로 옆에 있다. 홍익대 조각과 출신들이 의기투합해 조성, 2005년 국내 최초로 문을 열었다.

입장하자마자 보이는 성 조각품이 범상치 않은 곳임을 느끼게 한다. 조각공원인 만큼 전체 면적 3만9천여㎡(1만2천000평) 규모의 부지 중 약 3만㎡(9천평)에 작품 80여점이 전시돼 있다. 확 트인 공간에 분수대가 설치된 호수까지 있어 40분 정도 산책하기에도 좋은 코스다. 성에 대한 발칙한 상상력으로 깎아 놓은 조각물과 함께 사진을 찍기에도 좋다. 성이 부담스럽고 성스러운 것이었던 기성세대가 보기에도, 너무나 쉽고 가벼운 유희가 돼 버린 젊은층이 즐기기에도 크게 부담이 없다. 러브랜드는 연인들끼리 많이 찾는 명소. 0시까지 야간개장때 찾아 데이트를 하는 것도 괜찮은 생각이다.

'성교육'을 테마로 한 '건강과 성박물관'(www.sexmuseum.or.kr)도 있다. 성인을 대상으로 한 성 건강 교육과 다양한 성 수집품을 전시 중이다. 일주도로를 따라 서귀포시 안덕계곡 쪽으로 가다 보면 찾을 수 있다. 건강과 성박물관은 야외 조각공원과 건물 외양이 먼저 눈에 들어오는 곳이다. 곳곳에 들어선 성을 해학적으로 풀어낸 조각품이 관람객의 시선을 먼저 잡아 끈다. 앞쪽이 유리로 트인 이국적인 지붕 건물도 기대를 자아낸다.

박물관은 크게 ▷성교육전시관(3개관) ▷세계성문화전시관(2개관)으로 구성돼 있다. 성교육전시관은 인간의 생식기부터 시작해서 성감대, 성병 등 '삶, 감각, 생애주기'로 구분해 성에 대한 지식을 총망라해 보여준다. 성에 대한 지식이 많이 공개된 요즘엔 가치가 좀 떨어질 수도 있다. 오히려 어설픈 성지식만 알고 있는 어른들에겐 큰 도움이 될 내용들. 세계성문화관은 일본, 중국, 인도네시아, 페루, 유럽 등지에서 수집한 각종 성 관련 물품 수천점이 전시된 곳이다. 생식을 통해 종족 보존의 욕구를 담아냈던 원시적인 작품과 성을 유희적으로 표현한 작품이 골고루 선을 보이고 있다. 넓은 세상에 민족과 인종은 다양하지만 성에 대한 관심은 크게 다르지 않았음을 느낄 수 있는 전시물들이다.

'세계성문화박물관'은 제주월드컵경기장 내에 위치해 있다. 2005년 입주해 경기장 수익에도 톡톡히 한몫을 하고 있다는 시설이다. 주제를 '성문화'로 잡은 만큼 각국의 성문화를 엿볼 수 있는 그림과 조각, 자연물 등 2천여점의 성 유물이 전시 중이다. 건강과 성박물관의 주제와 겹치는 부분도 있다. 인도 카마수트라 재현 조각이나 실생활 도구에 성을 담아낸 술잔이나 어머니가 시집가는 딸에게 교육용으로 주었다는 체위 조각품, 남녀 성기를 연상케 하는 기암괴석 등 세계성문화박물관에서만 볼 수 있는 전시물도 많다. 고대에서 현대까지 인류의 성문화를 엿볼 수 있는 전시물이다.

세 박물관 모두 우리 사회의 왜곡된 성문화를 올바르게 인식하게 하려는 목표를 내세웠다. 보는 사람에 따라 반응이나 평가는 엇갈리지만 색다른 체험 공간으로는 괜찮다는 평가를 받는 곳 들이다.

◆갤러리에서 미술품 감상도

성 박물관이 여전히 낯부끄러운 곳이라 가기가 꺼려진다면 다른 문화공간으로 눈을 돌려도 좋다. 표선해수욕장에서 일주도로를 따라 섭지코지 쪽으로 달리다 보면 '김영갑갤러리 두모악'(www.dumoak.co.kr)을 찾을 수 있다. 제주도를 찾는 사진애호가들은 빼놓을 수 없는 순례지다. '두모악'은 한라산의 옛말. 제주 풍경에 반해 20여년간 카메라로 제주를 담아낸 고 김영갑씨의 작품과 자취를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김씨는 루게릭병으로 숨이 멎는 날까지 카메라를 손에서 놓지 않은 불굴의 열정으로 널리 알려진 작가다.

김영갑갤러리는 폐교를 개조해 꾸민 곳인데 전체 공간의 풍경이 빼어나다. 아이들이 뛰어놀았던 운동장은 정원이 됐다. 제주 현무암과 식물을 이용해 조성한 공원 사이로 여러갈래 길을 만들어 놨다. 길 사이로 제주바람이 헤집고 다니는 곳이다. 폐교 건물은 전시공간이다. 김씨가 생전에 담아낸 제주의 오름이며 한라산, 제주 사람과 풍습 사진이 상설 전시되고 있다. 김씨가 썼던 작업실도 원형 그대로 보존 중이다. 김씨의 예술혼이 전해지는 공간이다.

지난해 7월 개관한 '박여숙 화랑-제주'는 일반 화랑과는 다른 개념으로 운영된다. 주말 동안만 문을 여는 '주말 별장식 갤러리'다. 제주공항에서 남서쪽 제2산록도로를 끼고 있는 생태 휴양형 주택단지인 '비오토피아' 내에 위치한 장소적 특성을 살렸다. 실내 곳곳에 작품을 전시해 생활과 예술의 완벽한 조화의 장을 살리려고 애쓰고 있다.

◆아이들과 함께 들러봐요

제주에는 아이들과 함께 둘러볼 수 있는 공간도 많다. 중문관광단지에는 테디베어박물관이 어른·아이 할 것 없이 귀엽고 앙증맞은 테디베어 인형의 세계에 푹 빠져든다. '테지움'(www.teseumjeju.com)에서도 마찬가지다. 테지움은 '인형 사파리 박물관'이다. 세계 최초로 야생동물과 수중동물, 새와 꽃 등을 모두 봉제인형으로 만들어 전시하고 있다. 테디베어박물관 기획 및 테디베어 제작에 참여한 한국테디베어협회 원명희 회장의 야심찬 기획으로 문을 열었단다. 동물 인형을 실물 크기로 제작해 실제 사파리와는 색다른 동물의 왕국을 보여 준다. 테디베어박물관이 지겨워졌다면 한 번 눈을 돌려볼 만한 곳이다.

테지움 바로 옆에 위치한 '프시케월드'(www.psycheworld.net)는 나비를 테마로 한 '세계 최초 스토리 나비공원'이다. 그리스어로 '나비' '영혼'을 뜻하는 그리스신화 속 여인 프시케(Psyche)의 이름을 따서 이름 지었다. 세계 각국의 나비 3천여 마리를 이용해 공간을 꾸몄다. 나비와 곤충을 이용해 인간 세상을 풍자한 '패러디월드'나 '스토리월드' 전시작품은 세밀한 솜씨에 감탄을 내뱉게 한다. 전시물 외에도 다양한 기획이 신선하다. 2층 생태관에서는 토끼, 햄스터, 고슴도치, 장수풍뎅이 등 애완동물과 곤충을 직접 관찰할 수 있다. 잉꼬를 손에 올리고 사진도 찍을 수 있다. 몸 위를 왔다갔다 하는 잉꼬의 기교에 관람객 누구나 카메라 플래시를 터뜨린다. 크리스탈하우스에서는 나비가 태어나고 비행하는 모습을 직접 관찰할 수 있게 했다. 산책로를 따라 유명 스타 동상을 구경할 수 있는 것은 보너스.

제주에서 조문호기자 news119@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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