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살아가는 이야기)시어머니 전화 한통에 예비신부 감동

나는 인정하긴 싫지만 35세 노처녀다. 하지만 오는 28일에 멋진 한살 연하의 신랑을 만나 결혼한다.^^ 시댁도 우리 집도 그리 넉넉한 편이 아니라 양가 합의 하에 커플링 신부한복 신랑양복만 하는 걸로 결정하고 결혼식을 올리기로 했다.

신랑은 회사에서 중국으로 발령이 나 올 3월부터 근무하고 있어 결혼식 일주일 전에 입국한다. 경상도 사나이의 전형을 보여주는 신랑은 표현을 잘 안 해 항상 내가 먼저 주문을 해야지 들어주고 말해준다. 그럼 난 가까이 계신 시어머니께 투정을 부리면 "내가 표현 좀 하고 살라고 얘기할게."하고 날 위로해 주신다. 근데 내가 보기엔 신랑이 작정하고 변하지 않는 이상 부드러운 세레나데를 먼저 불러 줄 것 같지 않다는 걸 어렴풋이 안다. 왜냐? 예비 시아버지랑 시어머니도 성격상 '예쁘다' '사랑한다' 다정하게 얘기를 못하시니 그 집에서 30년을 넘게 산 신랑도 그렇겠지 하고 한편으로는 이해한다.

지난 일요일 한복을 맞추러 시어머니의 형님이신 큰어머니랑 시어머니, 나 이렇게 셋이서 시장에 갔다. 우여곡절 끝에 한복을 맞추고 이왕 시장에 나온 거 쇼핑이나 하고 들어가자 하셔 둘러보게 되었다.

한참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면서 보고 있는데 누군가가 시어머니께 알은체를 하셨다. 친구 분이 쇼핑 나오셔서 반가움에 인사를 하시곤 내가 옆에 서 있으니 누구냐고 물으신다. 시어머니께서 며느리라고 하니 그 아주머니께선 "아휴 며느리가 너무 좋다. 어떻게 만났는데."하시니 우리 시어머니 "자기들끼리 연애했어." 한마디 해주신다. 친구 분은 연방 좋다고 칭찬을 하시는데 시어머니 그렇다고 동의 한마디 없으셨다. 난 속으로 저렇게 며느리 좋다고 옆에서 저러면 "그렇다." 한마디 동의는 해주시겠건만 생각했는데 끝내 대답 안 하시고 우리는 돌아서 왔다. 돌아서면서 인사드리니 아주머니는 나에게서 눈을 떼지 못하고 계셨다.

시장에서 돌아와 내가 시어머니의 마음에 안 드시나 왜 며느리가 좋다는 말에 동의를 안 하셨을까 싶어 속상해 친정엄마한테 전화해 오늘 있었던 얘기를 했더니 "그럼 아들보다 며느리가 좋다는데 대답하겠냐."하신다. 아하 그렇구나! 이제야 시어머니의 마음을 알 것 같아 미소가 지어졌다. 엄마와의 통화가 끝나자 바로 전화벨이 울렸다. 시어머니였다.

왜 그러시지 싶어 전화를 받으니 시어머니께서 꾸밈비를 줄 테니 예복이랑 핸드백을 사라고 말씀하셨다. "그런 거 안 하기로 했잖아요."하니 "이제 우리 집사람 될 텐데 내가 안 해주면 누가 해주니"하신다. 지금 사정이 안 좋아 비용이 없는 것 뻔히 아는데 이 말씀 한마디에 서운했던 마음은 눈 녹듯이 녹아 스르르 없어졌다. 더 많이 더 좋은 것 해주고 싶은데 지금은 그러니 결혼해서 사정이 좋아지면 해주신단다.

난 행복하다. 나에게 새로운 가족이 생긴다는 마음을 느끼게 해준 시어머니께 감사 드린다.

어머니 제가 결혼해서 잘할게요. 지하철에서 만난 어느 아주머니께서도 그러셨잖아요. 제가 복이 많아 신랑이 크게 될거라고요. 이제 우리집안 제가 가진 복으로 신랑이 일으켜세울 거예요. 어머니 사랑합니다.^^

김미용(대구 달서구 상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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