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치매엔 남녀노소가 없다…21일 '치매의 날'

치매는 '딴 나라' 사람들의 얘기가 아니다. 바로 우리 부모, 아내, '나'에게 언제든 생길 수 있는 질병이다. 치매는 인지기능에 장애가 생겨 생활에 어려움을 겪는 상태를 총칭하는 말로, 결코 멀리 있지 않다. 치매에 걸리지 않기 위해선 치매를 제대로 아는 것이 중요하다. 평소 치매를 예방할 수 있는 생활 습관을 들이고, 초기 증상이 나타나면 곧바로 진단, 치료받는 게 최선이다. 21일 치매의 날을 맞아 '치매'의 정체와 예방법을 들여다본다.

◆치매는 인지기능 장애다

치매 그 자체가 병명은 아니다. 여러 가지 원인으로 생기는 특정한 상태(증후군)를 의미한다. 열 자체가 병이 아니고 감기나 폐렴이 근본적인 원인인 것과 비슷하다. 사람의 뇌에는 기억력, 주의 집중력, 계산능력, 동작수행능력, 언어능력 등 지적인 기능이 있는데, 이를 인지기능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떤 원인으로 기억력이 떨어지는 동시에 다른 인지기능에도 문제가 생겨 일상이나 사회 생활에 장애가 발생하면 이 상태를 '치매'라 부른다. 기억력은 떨어졌으나 다른 인지기능은 정상이고 생활에 문제가 없으면 이는 '경도인지장애'이지 치매는 아니다. 물론 '경도인지장애' 환자의 10~15% 정도가 해마다 치매로 발전하기 때문에 지속적인 검사와 관찰이 필요하다.

◆알츠하이머병만 있는 게 아니다

치매의 원인은 다양하다. 외국의 경우 치매 원인 중 60% 정도가 알츠하이머병, 15%가 혈관성 치매, 나머지 25%는 호르몬 이상이나 알코올 중독, 영양 결핍, 수두 등의 질환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알츠하이머병과 혈관성 치매의 비율이 비슷한 것으로 보고 있다.

▷혈관성 치매=한마디로 뇌졸중 때문에 치매가 발생하는 경우다. 인지기능에 중요한 뇌조직이 뇌졸중(중풍)으로 손상돼 정상적인 생활을 유지할 수 없어 발생한다. 뇌경색, 뇌출혈 등이 원인이 된다. 우리나라의 경우 뇌졸중 환자가 많아 혈관성 치매가 차지하는 비율도 외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다. 혈관성 치매는 뇌졸중이 여러 차례 반복해 생기지만 뇌졸중 위치에 따라 단 한 번의 뇌졸중으로 생기기도 한다. 혈관성 치매가 중요한 것은 뇌졸중을 방지하면 예방할 수 있고, 조기에 발견해 치료하면 악화되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알츠하이머 치매=이상 단백질들이 뇌 안에 쌓이면서 뇌세포가 서서히 죽어가는 퇴행성 뇌질환이다. 여기서 퇴행성이란 정상적으로 활동하던 뇌세포가 특별한 이유 없이 서서히 손상되면서 점차 증세가 나타나는 경우다. 비정상적인 단백질 덩어리가 독소로 작용하거나 세포 내 물질 이동을 막아 결국 신경세포가 죽게 된다. 이 밖에도 독성물질, 염증 반응이나 유리기 산소(독성이 강해 세포를 손상시키는 산소) 발생에 의한 손상 등으로도 알츠하이머병이 생기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두·측두엽 치매=뇌의 앞쪽인 전두엽과 옆쪽 아래의 측두엽의 대뇌피질신경이 급속히 죽거나 없어지면서 생기는 퇴행성 뇌질환의 일종이다. 이는 알츠하이머병과는 달리 기억장애, 방향 감각 소실보다 '성격 변화', '행동 장애'가 먼저 나타나는 게 특징이다. 물론 더 진행하면서 기억력 등 다른 인지기능도 감소한다.

◆진단 및 치료 방법은

노인이 기억력 장애나 이상 행동을 보이면 나이 탓으로 생각하지 말고 치매 전문의의 상담을 받는 게 좋다. 검사에는 뇌 CT, 뇌 MRI, PET-CT 등 뇌 영상 촬영과 갑상선기능 및 비타민, 유전자 검사 등 혈액 검사, 신경심리 검사 등이 있다. 치매의 원인이 100가지가 넘는 만큼 처음에 정확한 원인을 찾아 치료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이다. 치매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다양한데 알츠하이머병의 경우 뇌세포를 보호하고 기억력을 증진시키는 약물, 혈관성 치매는 중풍 위험인자를 치료하면서 뇌세포 보호와 기억력을 증진시키는 약물을 사용한다. 호르몬이나 간, 신장 등의 이상으로 생기는 치매는 그 원인이 되는 병을 치료하는 방법이 사용된다. 정상압 수두증이나 뇌종양으로 생긴 치매는 수술이 필요하기도 하다.

◆예방 방법은 없나

치매는 하루아침에 예방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젊어서부터 뇌에 손상을 줄 수 있는 일들을 줄여야 한다. 고혈압이나 당뇨, 심장병, 고지혈증 등이 있으면 꾸준히 치료해야 하고 규칙적인 유산소 운동도 꼭 필요하다. 또 평소 스트레스를 피하고 긍정적이고 창조적인 생각을 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와 함께 과도한 디지털 기기의 사용을 피하고 사람들과도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음식은 잡곡, 등 푸른 생선 등을 골고루 먹어야 하고, 뇌가 다치지 않도록 인라인 스케이트나 오토바이 등을 탈 때 반드시 안전모를 써야 한다.

이호준기자 hoper@msnet.co.kr

도움말·권오대 대구가톨릭대병원 신경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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