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맞춤형 방문 건강관리 '빛좋은 개살구'

혼자 사는 노인이나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등 의료사각지대에 놓인 이들을 위해 정부가 도입한 '맞춤형 방문 건강관리사업'이 종사자들의 업무과다 및 고용불안 등으로 '빛 좋은 개살구'에 그치고 있다.

맞춤형 방문 건강관리사업은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4월부터 전국의 구군 보건소별로 방문간호사 등 전담인력을 마련, 홀몸노인이나 장애인 등을 방문해 건강진단 및 상담에 나서 도움을 주는 제도다.

그러나 대구의 각 구군 보건소 전체 방문간호사 수는 80여명으로 65세 이상 홀로 사는 기초수급 노인 가정이나 장애인 등 우선 서비스 대상 2만여명을 돌보고 있다. 또 주민 수가 10만명도 안 되는 중구부터 60만에 가까운 달서구까지 구군별로 사정이 천차만별인 데도, 방문간호사 수는 일률적으로 10명 내외다.

북구의 경우 방문간호사의 정원은 14명이지만 실제 근무인력은 10명이다. 북구청 관계자는 "간호사들의 신분이 일용직이다 보니 교체가 잦다. 여유 인력을 확보하는 데 진땀을 빼고 있다"고 했다. 이런 현상은 각 보건소에 공통적인 현상으로 간호사 1명이 300여명을 담당하다 보니 증세가 심각한 일부 노인들을 제외하고는 한 달에 한 번 정도 찾을 수 있는 게 고작이다.

10명의 방문간호사가 일하는 달서구 사정도 마찬가지다. 기초생활수급자인 65세 이상 노인인구가 1만4천여명에 달하고 방문건강 관리 대상자가 3천명이 훨씬 넘는다. 달서구 측은 "예산 사정 때문에 방문간호사를 추가로 확보하는 일이 어렵다"고 말했다.

더욱이 방문간호사의 잦은 교체로 지속적인 서비스가 이뤄지지 않아 불만이 높다. 구군에 따르면 방문간호사들 중 70% 가량이 1년도 안 돼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구군청이 방문간호사에 대해 1년 이상 계약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담당 공무원들은 "노동법 개정으로 정규직 전환에 따른 부담 때문에 퇴직금 문제 등으로 재고용을 꺼리게 된다"고 했다. 방문간호사들의 급여도 월 130만원 수준으로 그리 많지 않다.

방문간호 서비스를 받는 박모(68) 할머니는 "늘 찾아오던 사람이 아니고 얼굴이 자주 바뀌어 이것 저것 부탁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서구보건소가 지난해 말 '맞춤형 방문보건사업 만족도 조사'에서 '무슨 일이 있을 때 쉽게 방문간호사에게 도움을 요청할 수 있나?'라는 질문에 대해 많은 응답자가 '그렇지 않다'고 답하는 등 잦은 방문간호사의 교체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보건소 관계자는 "지난해 사업을 시작할 때는 방문간호사 모집공고에 지원 인원이 넘쳤지만 지금은 공고해도 사람이 오지 않는다"며 "한 사람이 그만두면 다른 사람들이 떠맡아야 하기 때문에 '그만 둔다'는 말이 나오면 가슴이 철렁 내려앉는다"고 말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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