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교육과학기술부가 확정 발표한 '대학 자율화 2단계 1차 추진과제' 가운데, 내년부터 시행할 예정인 국내 대학간 공동학위제 추진을 두고 지역 대학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공동학위제'란 국내 두 대학이 공동학위 협정을 체결, 4년 동안 정해진 공동 교육과정을 이수할 경우 공동명의의 학위를 수여할 수 있도록 한 것. 예를 들어 A대학이 B대학과 협정을 체결하면, 학생들은 두 대학이 정한 공동 교육과정을 이수하고 졸업할 때 A·B대학 명의가 한꺼번에 쓰인 하나의 학위를 받을 수 있다.
취업 이력서에도 두 대학을 모두 졸업했다고 기재할 수 있다. 단 의료인·의료기사·약사·한약사·수의사·교원 등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분야는 제외된다. 때문에 지역 대학들은 어느 대학과 공동학위 협정을 맺어야 유리할지 연구검토하는 한편, 재학생들의 대거 이탈로 인한 대학경영 손실에 대해서도 걱정하는 등 고심하고 있다.
◆지역 인재 유출 해소될까?= 공동학위제에 가장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는 것은 학생과 학부모다. 취업시장에서 지역대학 출신자에 대한 홀대는 엄연한 사실이기 때문이다. 한 대학생은 "솔직히 지방대에 다니면서도 수도권 대학으로 가고 싶은 열망은 취업을 앞두게 되면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공동학위제가 시행될 경우 이러한 욕망을 조금이나마 해소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고 환영했다.
한 학부모는 "수험생을 둔 가정이라면 지역 대학들이 어떤 대학과 공동학위제 협정을 체결하는지에 큰 관심을 가지게 될 것"이라며, "이런저런 사정으로 소위 서울지역 유수 대학으로 못 가는 학생들에게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 대학들도 대학의 브랜드 상승과 지역 인재의 수도권 유출을 일정 부분 막을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경북대 한 관계자는 "대부분 교수가 서울대나 포스텍·카이스트 등과의 협정체결이 대학의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는데 공감하고 있다"며 "또 일정 부분 지역 인재들의 수도권 유출방지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편중 심화되나?= 한 사립대 총장은 공동학위제가 수도권 대학들을 더욱 살찌우고 반대로 지역 대학들의 경영난을 가속화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대부분의 지역 대학이 서울지역 대학들과 공동학위 협정을 맺으려고 할 것이고, 지역 대학의 많은 학생이 재학 중 서울지역 대학으로 옮길 것"이라며 "수도권 집중현상이 더욱 가속화되는 반면 지역 대학의 공동화 현상이 심화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다른 사립대 교수도 "아직 세부적인 규정이 안 나왔지만, 학생이 다른 학교로 옮길 경우 등록금을 일정 부분 함께 보내야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며 "따라서 서울지역 대학들은 정원 외에 플러스 요인이 발생할 수 있는 반면 지역 대학은 경영적인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보였다.
학생들의 도덕적 해이를 걱정하는 교수도 있다. 그는 "일단 지역 대학에 입학했다가 공동학위제를 이용해 서울지역 대학 졸업장을 따는 '학력세탁'이 횡행할 수 있다"며 "정부와 대학들이 머리를 맞대고 현실적인 문제를 잘 풀어야 한다"고 했다.
◆현실성 있나?= 대학원 과정(석·박사)은 공동학위제가 효과가 있을지 모르지만 학사과정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대부분의 대학이 자신보다 상위 등급의 대학과 공동학위제 협정을 맺으려고 할 텐데, 과연 서울지역 대학들이 손을 잡으려고 할지 의문이라는 것이다. 또 상위등급 대학이 강의실 부족 문제 등을 들어 금전적인 부분 같은 '대가성 요구'도 할 수 있는 등 여러 문제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진단이다.
경북대 한 교수는 "학사과정의 공동학위제는 대학 재정상 문제, 학생 쏠림 현상 등 풀어야할 문제가 적잖아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했다. 이에 대해 교과부 관계자는 "대학들이 각자 갖고 있는 인적·물적 자원을 활용해 함께 교육과정을 짜면 대학교육의 질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 공동학위제의 취지"라고 설명했다.
정욱진기자 penchok@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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