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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피아드 금상=열공+내공α…올해 수상자들의 노하우는?

▲ 사진 위에서부터 박경태, 윤창근, 윤지영. 윤정현 인턴기자
▲ 사진 위에서부터 박경태, 윤창근, 윤지영. 윤정현 인턴기자

여러 분야의 올해 올림피아드가 마침표를 찍었다. 올림피아드 입상은 특목고로 가는 지름길인데다 대학 입시 때도 적잖은 이점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관심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더구나 영재교육 열풍이 불면서 올림피아드는 하나의 '코스'로 여겨지고 있는 추세다. 그렇다면 도대체 올림피아드는 어떻게 준비하는 걸까. 올해 올림피아드에서 뛰어난 성적으로 입상한 중·고생 3명을 만나 그들의 공부 요령을 들어봤다.

◆경신중 2학년 박경태군

지난 8월 수학올림피아드에서 금상을 받은 박경태(14·경신중 2학년)군은 "수학 올림피아드는 결국 시간 투자"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만큼 얼마나 많은 문제를 접하고 풀어보느냐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두 살 때부터 자동차 번호를 술술 외우는 등 수 개념에 남다른 재능을 보인 박군은 공부에 대한 집념도 상당히 강하다. 초교 3학년 때 수학 학원에서 우연히 치른 수학경시대회 1차 시험에서 박군은 생각했던 만큼 점수가 나오지 않았다. 큰 의미가 없는 시험이었지만 많이 틀리다 보니 오기가 생기더라는 것. 박군은 그 해 여름방학 때 하루종일 경시대회 준비에 몰두했고 결국 본선에선 금상을 따냈다. 뿐만 아니라 하루에 대충 공부 목표치를 잡으면 그것을 이룰 때까진 화장실 가는 것 외엔 책상에서 꼼짝하지 않을 정도라는 것.

박군은 초교 4학년 때 영재교육원에 들어갔고 초교 6학년 때부터 올림피아드 준비에 뛰어들었다. 평소엔 3시간 정도 수학 문제 푸는 데 투자했고 여름방학 땐 수학에만 '올인'했다. 박군은 "하루에 올림피아드 대비용 문제를 20~30문제는 푼 것 같다"고 술회했다.

문제를 풀 때는 한 문제에 집착하기보다 많은 문제를 접해보는 데 초점을 맞췄다. 박군은 "수학올림피아드 문제는 자신의 지식을 얼마나 활용하는가가 관건"이라며 "그러기 위해선 문제를 많이 풀어보면서 스스로 해결책을 찾아가는 습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여러차례 시도해도 풀리지 않는 문제의 경우, 인터넷 카페를 주로 활용했다. 카페를 통해 모르는 문제나 의문 사항 등을 올리고 거기서 답을 구할 수 있었다는 것. 이런 노력 끝에 박군은 지난해 수학올림피아드 장려상에 이어 결국 올해엔 금상이란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올림피아드를 준비할 때 너무 어려운 문제에만 집착하는 것은 좋지 않다고 봐요. 수학 공식을 자유자재로 활용하기 위해선 시간이 어느 정도 걸리기 때문에 일반 교과서나 참고서 등의 예제를 많이 풀어보는 등 기본 개념을 확실히 해놓는 것이 중요하거든요."

◆범물중 3학년 윤창근군

수학올림피아드 금상을 차지한 또 다른 주인공 윤창근(15·범물중 3학년)군은 어렸을 때부터 '수학적인' 아이였다. 어머니가 사다준 블럭이나 도트카드를 평소 갖고 놀면서 수 개념을 빨리 익혔다. 그렇다보니 시중에 나온 어린이용 수학 문제집도 스스로 정답을 맞추는 재능을 보인 것. 이웃에서도 수학 신동이란 소리가 곧잘 나왔다. 초교 4학년 때부터 다닌 수학 학원에서도 셈 능력이 다른 학생들보다 빠르다고 칭찬이 자자했다.

윤군은 초교 6학년 때 영재교육원에 합격한 이후 꾸준히 영재 교육을 받으면서 본격적인 수학과의 '만남'을 시작했다. 윤군은 "인터넷에서나 신문 등에 소개된 수학 관련 도서 중 마음에 드는 책을 사서 틈틈히 2, 3차례 읽으면서 선행 학습도 시작했다"고 말했다. 초교 6학년 땐 중학교 수학을, 중 1 땐 고 1 수학을 공부한 것.

그런 뒤 눈을 돌린 것이 수학올림피아드였다. 영재원을 다니는 학생들에겐 올림피아드가 하나의 통과 의례인지라 윤군 또한 자연스레 올림피아드 준비에 나선 것. 중 2때인 지난해부터 시중에 나와 있는 올림피아드 대비용 문제집을 사서 평일엔 1~2시간씩, 주말엔 하루종일 매달렸다. 안 풀리는 문제는 끙끙거리지 않고 제쳐둔 뒤 나중에 다시 도전했다. 답답하다고 포기하고 답을 보는 일도 거의 없었다. 특히 윤군은 학교 가기 전, 아침에 꼭 수학 문제집을 푸는 습관이 있다. 윤군은 "매일 아침 6시 30분이 되면 일어나는데 잠이 깬 직후에 집중이 가장 잘 돼 1시간 정도 책상에 앉았다"고 털어놨다.

또 올림피아드 준비생들을 위한 인터넷 카페 '셈이'라는 곳도 가입해 일주일에 보통 1, 2번 접속했다. 윤 군은 "카페 안에는 다른 나라 올림피아드 문제나 기출 문제 등 다양한 문제들을 접할 수 있어 도움이 많이 됐다"고 말했다.

◆대구과학고 2학년 윤지영양

윤지영(17·대구과학고 2학년)양은 올해 고등부 생물올림피아드에서 금상을 받은 재원이다. 윤양은 "생물의 경우 문제 풀이보다 개념을 확실히 익히는 것이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선 개념을 머리 속으로 그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나의 개념을 익히면 그 전에 배운 단원의 개념과 연결시키고 그렇게 하다 보면 책 한 권의 개념이 서로 연결된다는 것이다. 윤양은 이를 위해 책에 나온 내용을 수시로 그림을 옮겨가면서 공부했다.

사실 그녀가 생물에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고교에 입학한 지난해부터다. 윤양은 중학교 때까지만 해도 영재원에 다니면서 다른 학생들처럼 수학에 흥미를 가지고 수학 공부에 치중했었다. 하지만 고교에 들어오면서 동아리 활동을 시작한 게 윤양의 관심을 생물 분야로 바꾸게 했다.

그녀가 활동 중인 교내 동아리는 '배째미'라는 해부동아리. 학교 내에서도 인기가 높은 동아리 중 하나다. 윤양은 "오징어나 토끼, 돼지 등을 해부하면서 동물의 내부 기관을 직접 눈으로 보고 만질 수 있어 신기하기도 하고 재미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궁금한 사항은 책이나 인터넷 등을 통해 찾아보는 일이 잦아졌고 자연스레 생물 분야에 흥미를 가지게 된 것.

그렇게 생물에 몰두하면서 올림피아드도 눈에 들어왔고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준비에 착수한 것. 매일 꼬박꼬박 1시간 이상 대학교 수준의 일반생물 책은 물론, 까다로운 대학 전공 서적도 손에 쥐었다. 하지만 중학교 때부터 차근차근 준비한 다른 학생들에 비해 준비 기간이 너무 짧은 것이 '아킬레스건'이었다.

그걸 만회하기 위해 그녀는 처음부터 책 한 권을 완전히 외우겠다는 생각에 한 단어라도 완벽하게 개념이 잡힐 때까지 매달렸다. 올림피아드를 두 달 정도 앞두고는 거의 하루에 12시간가량은 생물 책만 팠다. 대학교 일반 생물 서적 2권 정도를 4, 5차례 읽을 만큼 내용을 완벽하게 머리 속에 넣었다.

윤양은 "짧은 준비 기간에도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데는 하나의 개념이라도 확실히 짚고 넘어가는 전략과 전체적인 그림을 계속 그리면서 개념을 익힌 것이 적중한 것 같다"고 했다.

전창훈기자 apolonj@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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