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경제야 놀자] 공기업, 민영화가 능사인가

요즘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논의가 어디를 가나 활발하다. 미국 영화 '식코(sicko)'로 시작된 건강보험 민영화 우려에서 수도료 하루 14만원의 '수돗물 괴담'까지 각종 민영화 이야기가 인터넷을 통해 빠르게 확산되면서 민영화 반대 여론이 일자, 정부는 '민영화는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일주일 만에 지방상수도를 권역별로 광역화하여 민간기업을 포함한 전문기관에 관리를 위탁하는 방식을 마련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절대 민영화가 아니라 전문화'라고 강조하지만 국민은 여전히 불안하다. 그렇다면 이러한 공기업의 민영화 논의 이전에 공기업이 왜 만들어졌는지 이유를 살펴본다면 공기업 민영화에 대한 논의 방향을 파악하기가 조금은 쉬울 것이다.

지금까지 남아있는 공기업은 대부분 공공재를 공급하는데, 공공재는 시장에만 맡겨두면 필요한 양만큼 생산될 수가 없다. 이는 공공재의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이라는 특성 때문이다. 예를 들어, 공공재 중 하나인 도로의 경우, 경제주체들이 공동으로 소비하고 소비하려는 사람이 늘어나더라도 서비스의 정도는 변하지 않는다. 자신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생산된 공공재에 편승하려는 '무임승차자'의 문제가 발생하여 '시장 실패'가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또한 공기업은 자연독점의 형태를 띠는 것이 많다. 자연독점은 기술적인 특수성 때문에 시장 전체의 수요를 여러 생산자보다 하나의 생산자가 더 적은 비용으로 생산·공급할 수 있기 때문에 불가피하게 독점이 출현하게 되는 경우를 말한다. 예를 들면 전기 수도 가스 철도 전화 등이 자연독점의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이들 모두 대량 생산될수록 생산단가가 낮아지는 '규모의 경제'라는 특성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독점 기업이 되는 것이다.(독점은 원칙적으로 시장 실패의 산물이지만, 자연독점은 시장 실패의 예외 영역으로 간주하기도 한다.) 그러나 자연독점도 여전히 독점기업의 특성을 가지므로 공급자가 소비자를 '착취'할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국가가 개입하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몇 차례에 걸쳐 민영화가 추진되었다. 워렌 버핏이 투자한 한국기업 1호인 대구텍(대한중석)도 민영화 후에 600억원 상당의 영업 이익을 기록하고 있고, 한국중공업을 인수한 두산중공업은 인수 후 주가가 30배가 뛰어올랐으며 대한항공은 한진 인수 후 만년 적자인 아시아 꼴찌 항공사에서 연매출 8조원 회사로 부활하였다. 그 외에도 포스코, 한국통신, 한국담배인삼공사 등이 민영화의 성공적인 예로 손꼽히고 있다.

그러나 민영화에 좋은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신자유주의에 입각한 영국 대처리즘의 연장선에 있는 철도 민영화의 예를 들어보면, 영국 철도는 1996년 레일트랙이라는 단일회사 외에 수십여 개 이상의 회사로 쪼개져 팔렸다. 민영화 이후 매년 엄청난 흑자를 기록하여 영리 추구가 가능해지고 국민의 혈세가 누출되는 일이 없어졌지만 문제점은 대형 철도 사고로 시작되었다. 1999년 패딩턴 참사가 발생한 것이다. 유럽에서 보편적으로 도입했던 열차 자동 멈춤 장치를 영국에서는 비용 절감의 이유로 도입하지 않은 것이 그 원인이었다. 1년 후에는 선로 균열을 방치하다가 열차 전복 사고가 일어났다. 돈벌이를 위해 안전과 편의를 도외시한 방침이 재앙을 부른 것이다. 게다가 2001년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 대규모 정전 사태가 발생한 배경도 과도한 민영화로 발전회사들이 전기 요금을 인상시키기 위해 인위적으로 발전시설 가동을 중단시켰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시적으로 전기 요금이 70배까지 오른 적이 있었다.

공기업은 운영 방식 면에서 주인의식 결여로 방만한 경영과 비효율이 지적되곤 한다. 그러나 이 문제가 민영화 즉, '소유 상태의 변화'라는 방법만으로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공기업의 비효율'로 인한 손실보다 '시장실패'로 인한 손실이 더 클 경우 공기업은 존재해야 할 가치가 있다. 그러므로 기업성이 강한 공기업은 '민영화'의 방법으로 효율성을 제고하고 시장실패 영역에 존재하는 공기업은 '공기업'으로 존속하는 것이 사회적 경제적으로 바람직할 것이다.

박경원(대구과학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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