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신문

'적십자의 밤' 준비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 안윤식 회장

"기부 문화 확산 시키고 싶습니다"

지난 2006년 대구 남구 대명동에 사는 한 80대 할머니가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에 성금을 내겠다는 의사를 밝혀왔다. 직원은 큰 기대를 갖지 않고 찾아갔더니 그 할머니는 무려 4천만원이 든 통장을 내놓았다. 이 할머니는 호떡 행상 등 날품팔이로 평생 모은 돈이라며 노인들의 눈을 뜨게 하는데 써달라고 했다. 이름을 절대로 밝히지 말아달라는 주문도 곁들였다. 경북지사는 이 종자돈을 바탕으로 노인 안구질환 치료에 나서기 시작, 지금까지 60명의 노인들에게 새로운 빛을 선물했다. 80대 노인의 기부가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제2의 할머니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 안윤식(67) 회장은 요즘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오는 30일 오후 6시 인터불고호텔에서 열리는 '적십자의 밤' 행사 준비 때문이다. 경북지사 창립 이래 처음으로 여는 행사이다. 경북지사는 이번 행사를 통해 정체된 기부문화에 불을 지펴 제2의 도약을 하려는 야심찬 계획을 갖고 있다. 안 회장은 "이번 행사는 답보상태를 보이고 있는 기부문화의 확산을 위해 마련된 자리"라고 강조했다.

지난해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가 회비로 거둔 금액은 총 24억여원. 이중 20억원이 '개미'들이 낸 회비다. 안 회장은 "적십자의 활동이 십시일반의 정신이긴 하지만 회비를 내주시는 분들은 거의가 형편이 넉넉지 못하신 분들이었다"며 "오히려 구호대상일 정도로 가난한 분들이 예전에 적십자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다며 꼬깃꼬깃 쌈짓돈을 내주시는 걸 보면 우리 사회의 상류층들이 기부에 인색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가 개인회비로 받는 돈은 가구당 연간 4천, 5천원 정도인데 경북지역에서 30만5천834가구가 참가했다. 의무납부가 아니기 때문에 그 의미는 더욱 크다.

반면 법인을 포함한 기업의 납부액은 4억여원에 그쳤다. 전체의 13.8%에 불과하다. 기업 중 가장 많은 회비를 낸 곳은 칠곡 가산에 있는 유풍상사로 500만원이었다. 굴지의 대기업인 포스코가 400만원,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하는 금복주가 300만원을 냈다.

안 회장은 "'오른손이 하는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는 말은 하나의 신념일 수 있으나 기부는 건강한 사회의 척도"라며 "앞으로 적극적으로 기부해주신 분들의 이름을 밝히겠다"고 했다. 기부문화의 확산을 위해서는 '기부가 곧 자부심이며 명예'라는 인식의 대전환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안구질환 치료의 바탕이 된 앞선 80대 할머니의 경우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가 만든 '명예의 전당' 1호로 등록됐다. 안 회장은 "할머니가 돌아가시면 이름을 공개할 예정"이라며 "현재까지 할머니와 그 딸 등 2명이 명예의 전당에 올라있다"고 덧붙였다.

안 회장은 "경북지사가 결혼이주여성 등 새로운 계층과 이웃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들고 운영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자금이 필요하다"며 "'적십자의 밤' 행사를 통해 지역에 제대로 된 기부문화를 정착시키고 싶다"며 지역민들의 많은 도움을 당부했다.

김태진기자 jiny@msnet.co.kr 사진·이채근기자 mincho@msnet.co.kr

최신 기사

많이 본 뉴스

일간
주간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