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자리 씨가 말랐다?'
경기침체와 경기불안에 지역 고용시장이 급속히 얼어붙고 있다. 취업자 수와 고용률이 동반하락한 데 이어 임시직·일용직 일자리도 크게 줄었다. 특히 지금까지 꾸준하게 일자리를 공급해왔던 서비스업마저 일감이 사라지면서 서민들이 길바닥으로 나앉고 있다.
◆불황에 임시직은 파리목숨?=대구 달서구의 기계부품판매업체에서 사무보조일을 하던 정모(28·여)씨는 최근 재계약을 맺지 못해 실업자가 됐다. 1년짜리 단기 계약직이었던 정씨는 회사 사정이 힘들어지면서 '퇴출대상 1순위'에 올랐기 때문.
끝 모를 불경기에 기업들이 '슬림화'에 나서면서 단기 계약직 등 임시직이나 일용직 근로자들이 일자리를 잃고 있다. 대구의 경우 통계청이 발표한 지난달 임시직(고용계약기간 1개월 이상 1년 미만) 취업자 수는 25만7천명. 지난 7월에 비해 1만6천명이 직장을 잃었다. 이는 1년 전인 지난해 8월과 비교해 7천명이나 줄어든 수치다. 일용직(1개월 미만)들의 상황도 낫지 않다. 올 8월 취업자 중 일용직은 12만1천명. 지난달에 비해 1만명이 줄었고, 전년 동월과 비교해서도 3천명 이상이 일자리를 잃었다.
◆취업 기상도 '폭풍'=취업자 수도 1년 사이 6천명이 줄어 일자리 가뭄이 극심하게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과 대구노동청 등에 따르면 8월 말 현재 대구의 취업자 수는 113만2천명으로 7월에 비해 2만3천명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올 들어 지난 3월 112만9천명을 기록한 이후 조금씩 회복 기미를 보이던 취업자 수가 다시 하강세로 돌아섰다. 특히 최근 불어닥친 국제 금융시장 불안 등 세계적인 경기침체 요인이 반영되면서 고용률도 56%로 7월에 비해 1.1% 포인트 하락했다. 취업자 중에서는 40대의 감소가 눈에 띄었다. 40~49세 취업자는 지난 7월 34만4천명에서 8월 34만3천명으로 1만1천명이 줄었고, 20~29세와 30~39세가 각각 9천명씩 감소했다.
자녀 교육 등을 책임지는 30, 40대의 취업자 수 감소는 가정경제에 위기를 알리는 '빨간불'이 켜진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대구노동청 이완영 청장은 "국내외적 악재가 겹치면서 기업들이 인력채용을 꺼리는데다 구직과 구인 간 균형이 맞지 않는 '미스매치(mismatch)'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고 했다.
◆서비스업의 몰락=불황의 늪은 자영업자들이 많이 포진한 도소매업과 음식숙박업에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돈이 돌지 않다 보니 전·폐업이 반복되고 있기 때문이다. 별다른 기술이 없어도 손쉽게 일자리를 제공했던 서비스업 부문에서도 일자리 기근에 시달리고 있다. 대구지역의 도소매 및 음식숙박업 경우 31만6천개로 7월 33만1천개보다 1만5천개, 1년 전에 비해서는 1만2천개 업체가 사라졌다. 8월의 서비스업 일자리는 29만개로 전달에 비해 1만6천개 줄었고, 1년 전에 비해서도 1만7천개 줄었다.
대구경북지방통계청 관계자는 "8월 들어 일자리와 고용률 등 지역의 고용관련 지표가 급격하게 나쁜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며 "경기침체가 기업의 인력채용 기피 등 일자리 감소로 이어지고 전반적인 소득 하락, 소비 급감 등 악순환을 반복할 수 있어 걱정스럽다"고 했다.
최두성기자 dschoi@msne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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